하루- '이처럼 사소한 것들'
세상에 나와는 상관없는 일들이 있을까요?
갑자기 많은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가 떠오릅니다.
'It's none of your business!'
아마도 상관이 있으니까 역으로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자존심이 상해서 요청하기보다는 상관하지 말라는 말로 들리는 건 나만 그런지?
과학 기술,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야 바다 건너 어느 나라의 일들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었겠냐마는...
세상이 지구촌이 된 것도 벌써 30여 년이 지난 지금, 남의 나라의 농수산물이나 석유, 전쟁 등의 상황이 내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사실, 남의 나라의 일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닌 상관이 있는 일일 것입니다. 다만 그 효과를 느끼는 시간이 짧은가, 긴가의 차이겠지요.
'음, 내가 죽고 난 뒤에 영향을 받는 거라면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했습니다.
아! 갑자기 떠오르는 영화의 장면이 있어요.
스파이더맨인 피터와 삼촌 벤의 죽음과 관련된 장면입니다.
초능력이 생긴 피터가 중고차를 알아보는 중에 아마추어 레슬링 광고를 보게 됩니다. 3분을 버티면 상금이 3천 달러입니다. 컬러풀한 캐릭터가 필수라고 아래에 쓰여 있어서 피터는 열심히 의상 디자인과 로고, 색을 정해 드디어 촌스러운 의상이 탄생하죠. 그리고 레슬링 경기 MC에게 자신을 '휴먼 스파이더'라고 소개했지만, MC는 '스파이더맨'으로 소개를 하고 경기에 참가, 결국 2분 만에 이겨버립니다.
정산을 하는데 3000달러가 아닌 100달러를 줍니다.
피터는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광고주는 100달러 준 것도 운 좋은 줄 알라고 말하고는,
돈이 필요한 너의 사정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I missed the part where that's my problem.'
100달러 받고 문을 열고 나가는 피터와 마주치며 들어오는 한 남자, 이 놈이 강도입니다.
광고주를 총으로 협박하며 돈을 가방에 담으라고 하고 한대 갈기고는 문을 열어 나옵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중에, 광고주가 강도를 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피터,
강도가 돈 가방을 들고 열린 엘리베이터로 도망가는 것을 지켜본 피터.
뒤늦게 뛰어온 광고주가 강도를 잡을 수 있었는데 왜 놓쳤냐, 자기 돈 가지고 튀어버렸다고 하자,
피터는 방금 전에 광고주가 자기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줍니다.
'I missed the part where that's my problem.'
이때의 피터의 모습은 한방 먹였다는 듯한 그 야릇한 미소.. 좀 야비해 보입니다.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과 경찰이 몰려있고,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현장으로 다가간 피터가 발견한 총에 맞아 죽어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삼촌 벤입니다.
강도를 쫓아간 피터, 결국 그가 방금 전에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그냥 가게 둔 강도였던 것입니다.
일꾼들을 부리며 석탄과 장작 사업을 하고, 다섯 명의 예쁜 딸과 아내가 있는 주인공 펄롱.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는 삶의 연속에서 느끼는 공허감, 삶의 무의미함을 느끼는 주인공입니다.
마을에 있는 수녀원에 배달을 가는 사건을 통해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여하게 되면서 결국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주인공, 결국 창고에 갇혀있는 여자 아이를 발견하고 구출해 내면서 소설은 끝이 나는 짧은 책입니다.
'펄롱이 구하고 있는 이가 자기 어머니였을 수도 있었다.'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도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펄롱은 자기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아이 한 명을 구출하면서 무한한 기쁨과 감격을 느낍니다. 심지어 예쁜 딸들이 태어났을 때의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을 맛봅니다, 두려움과 함께 말이죠.
이렇게 보면 나와 상관없는 일은 사실 이 세상에 없는 것 같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 또한 이 세상에 없는 것이겠지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땅에 셀 수 없는 사람이 있으니까 무심히 지나치지만,
혹시 다 죽고 몇 사람만 살고 있다면, 분명 그 사람들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오겠지'
사실 사람의 생명이 수가 많다고 가치가 떨어지고, 적다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잖아요.
운전을 할 때도 참 많은 생각을 합니다.
끼어드는 운전자를 보면 속에서 불이 나지만, 그 사람이 나와 관련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 불이 꺼지는 것을 말이죠.
누가 압니까, 내가 친절을 베푼 사람이 나를 도울 유일한 사람이 될지 말입니다. 설사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사람은 행복을, 감사를 느끼지 않나요?
나 몰라라 하는 요즘 세상에서 사람들이 더 외로워지는 이유는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고 담을 쌓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정신적으로 고립되어 외로워지는 거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하는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