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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Sep 24. 2023

시지프 신화

by 알베르 카뮈

가끔은 무슨 짓을 해도 쌓인 일이 끝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결과를 바라고 모든 걸 하지는 않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현재의 상황이 같고 나아지는 것이 없을 때면 저는 한 인물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코린토스의 왕으로 신들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은 시지프입니다. 산꼭대기에 이르면 바위는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그러면 다시 밀어 올려야 하는 그를 보면 아무리 애를 써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어떤 희망도 없는 형벌을 받고 있는 사람으로만 보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카뮈의 이 책의 역할이 컸습니다.



P : 오늘날의 노동자는 그 생애의 그날그날을 똑같은 일에 종사하며 산다. 그 운명도 시지프에 못지않게 부조리하다.



거의 80년 전에도 지금과 같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형벌과 같은, 생활의 쳇바퀴는 쉬지 않고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부조리와 삶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갔던 카뮈는 인간은 어느 한쪽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존재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내가 속한 곳과 내가 끊어져 있는 상황에 대한 인식, 즉 부조리의 인식은 어느 날 문득 시작됩니다.



P : 무대장치들이 문득 붕괴되는 일이 있다. 아침에 기상, 전차를 타고 출근, 사무실 혹은 공장에서 보내는 네 시간, 식사, 전차, 네 시간의 노동, 식사, 수면 그리고 똑같은 리듬으로 반복되는 월·화·수·목·금·토, 이 행로는 대개의 경우 어렵지 않게 이어진다. 다만 어느 날 문득, ‘왜?’라는 의문이 솟아오르고 놀라움이 동반된 권태의 느낌 속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



삶의 분주한 반복 속에서 한 번쯤은 느꼈을 법한 의문에서 부조리에 대한 인식이 시작된 카뮈는 판에 박힌 행동의 연쇄가 끊어지면서 마음이 그 줄을 다시 이어 줄 고리를 찾으려 하지만 헛일이 되는 상태가 이어진다고 여겼습니다. 부조리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하여 부지런히 답을 찾던 까뮈는 (내세의) 희망이나 (육체적) 자살은 이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없으며, 의미 있는 귀결은 반항이라는 답을 내놓습니다. 부조리에 대한 카뮈의 폭넓은 탐구의 시작을 이 짧은 글에서 시작하였고 후에 작품들에 녹여내는 작업들을 하였습니다. 그가 말하는 반항은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고 제대로 인식하며 그 속에서 버텨 나가는 것이라 말합니다. 부정적 의미의 반항이 아닌 적극적 의미의 대응에 가까운 그는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에게서 이 모습을 발견합니다.



P : 하늘 없는 공간과 깊이 없는 시간으로나 헤아릴 수 있는 이 기나긴 노력 끝에 목표는 달성된다. 그때 시지프는 돌이 순식간에 저 아래 세계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바라본다. 그 아래로부터 정점을 향해 이제 다시 돌을 끌어올려야만 하는 것이다. 그는 또다시 들판으로 내려간다. (…) 나는 이 사람이 무겁지만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아무리 해도 끝장을 볼 수 없을 고통을 향하여 다시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본다. 마치 내쉬는 숨과도 같은 이 시간, 또한 불행처럼 어김없이 되찾아오는 이 시간은 곧 의식의 시간이다. 그가 산꼭대기를 떠나 제신의 소굴을 향하여 조금씩 더 깊숙이 내려가는 그 순간순간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보다 더 우월하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더 강하다.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는 일에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형용할 수 없는 형벌일지라도 회피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직시함으로써 시지프는 그의 운명을 넘어섭니다. 굴러 떨어진 바위는 더 이상 고통을 주지 못하고 이 형벌도 더 이상 벌이 아니게 됩니다. 궁금했던 것은 그럼 이렇게 바위를 밀어 올리기만 해야 하는 것인지, 그냥 상황을 참기만 하면 된다는 뜻인지 의아해하며 읽던 중 카뮈는 답을 내놓습니다.


부조리를 똑바로 응시하고 살아내는 것으로 외부의 무엇이 아닌 자신의 인식과 노력으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일궈내는 것이 까뮈가 이야기한 시지프의 행복이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바위는 계속해서 굴러 떨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 바위를 밀어 올리던 어느 날 왜라는 부조리한 인식이 다가온다면, 까뮈가 이야기했던 반항을 떠올리면 좋을 듯합니다.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하는, 도피하지 않고 부딪치는 용기에서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인식을 가지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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