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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Nov 13. 2023

피터 팬

by 제임스 매튜 베리

아마도 피터 팬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화나 애니메이션으로라도 우리는 친숙하게 한 번쯤 만나보게 되는 캐릭터이고, 심지어 피터 팬 증후군이라는 용어까지 생겼을 정도로 어떤 점에서는 우리의 인생에 핵심을 관통하고 있음을 무의식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성장하고 싶어 하지 않는 소년, 즉 영원히 소년으로 남고 싶은 남자들의 로망이 바로 피터 팬 안에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 원작을 마주했을 때 만만한 책이 아니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저 후크선장을 때려눕히는 모험물 정도로만 생각을 했는데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 주변에 변하지 않고 성장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고민을 하게 해 줍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저만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죽음이라는 결론을 피터 팬이 살고 있는 네버랜드라는 곳에서 죽음의 섬과 닮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때때로 동화나 만화 속에서 후크 선장을 놀리거나 골탕 먹이는 피터가 무서워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승자는 아이들이었고 책의 첫 번째 문장에서는 그 힌트를 주었습니다.



P :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 아이들은 자기가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걸 금세 알게 된다. (…) 두 살이 지나면 누구든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살은 끝의 시작이니까.



작가가 말하는 유토피아적인 공간은 우리가 기억이라고 부르기 이전의 시공간 그러니깐 영아기를 지칭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소환하고 기록하는 그 모든 시공간은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잃어버린 낙원 이후의 시공간인 것입니다. 이 책이 세기의 고전이 될 수 있는 이유도 누구에게나 기억 너머로 유실된 태초의 시공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의 품 안에서 모든 것이 충족되었던 완벽한 시절 바로 그 시절에 대한 향수와 돌아갈 수 없는 안타까움이 이 책의 서사에 숨어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 지금껏 우리가 영화에서 보아왔던 피터 팬은 우리가 보고 싶었던 동화적 이미지의 소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소년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더욱 폭력적일 수 있는데 즉, 함부로 걷어찬 돌이 어떻게 굴러갈지 모르는 순수함이 오히려 더 큰 폭력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영원히 어리다는 것은 우리가 말하는 어른의 질서나 법, 규칙을 계속 무시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어리다는 것이 어떤 상태이며 이상향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곧 선을 상징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책을 읽고 알 수 있었습니다.



P : 지금쯤이면 피터 팬은 어른이 되었을 거야. 아녜요. 피터 팬은 어른이 되지 않아요.



원작 속의 피터 팬은 잔인하고 냉혹하고 심지어 무책임합니다. 피터는 후크의 손목을 잘라 악어에게 던져줘 버리고 네버랜드의 아이들이 조금씩 성숙한 판단을 내리고 모험을 주저하기 시작하면 그런 아이들을 골라내 벌을 주기까지 합니다. 순수한 폭력은 타협이나 굴욕이 없기에 더욱 냉정하기도 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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