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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Nov 23. 2023

아녜스 바르다의 말

by 아녜스 바르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한적한 프랑스 시골 마을들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얼굴을 건물에 담아내던 바르다와 JR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간미가 넘쳐서 사랑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다큐멘터리 장르의 영화를 즐겨보지 않았던 저로서는 꽤나 신선하고도 즐거운 충격으로 남아서 이후에는 다큐멘터리 장르를 찾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영화들만을 남기고 별이 되어 우리들의 곁을 떠난 그녀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P : 바위들 사이에 작은 샘이 있고, 그 샘은 마르지 않죠. 이 철없지만 집요한 낙관주의는 제 행복의 원천이기도 해요.



책의 첫 장을 열면 그녀의 말들은 그 어떤 말보다 자신이 예술가임을 잘 드러내었습니다.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 그리고 매력적인 이야기꾼이었던 그녀의 세계를 처음 맛본 이후 영화가 아름답다고 느끼며 늘 그녀를 동경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녀는 사진작가였고, 영화감독이었으며, 각본가이기도 했고, 설치미술가이기도 했습니다. 스스로를 하나의 직업으로 규정되기를 거부했던 그녀의 재능이 부러웠고 사람이 이렇게 매번 신선하고 창의적일 수 있을지 질투도 났습니다. 하나로 정의되고 싶지도 않았던 그녀는 늘 변화하고 자신조차도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싶어 했습니다. 매일같이 쳇바퀴 돌듯이 지내는 제 삶과 비교가 돼서 그래서인지 그녀의 생각이나 화법,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 거 같습니다.


영화를 잘 모르는 저는 그녀의 작품 느낌은 귀엽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특유의 따스한 감성이 서린 귀여움이 있는데 아무리 힘들고 치사한 일을 겪더라도 세상을 흔들림 없이 유쾌하게 바라보는 따뜻함을 배우고 싶어서였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 따스한 귀여움은 굉장히 단단하였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원망스러워도 세상과 나라는 존재를 유쾌하고 밝게 바라보는 힘이기에 절대 유치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은 그런 아녜스 바르다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삶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인터뷰 방식이 굉장히 재밌었는데 인터뷰와 작품을 교차적으로 비교합니다. 바르다의 삶과 바르다의 가치관이 녹아든 작품 간의 관계성을 배치하여 읽는 우리들로 하여금 굉장히 쉽게 다가옵니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와 영상 속 미학적 요소에 있어 바르다가 얼마나 큰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녀의 탐구정신과 거짓 없는 신념을 담은 픽션, 다큐멘터리 정신 등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P : 글쓰기는 목격자가 되는 거예요. 제가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무언의, 비밀스러운, 표현하기 어려운 그 어떤 것들이에요. 직감의 영역은 느낌의 영역 못지않게 많은 것들을 품고 있어요.


P :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없는 픽션은 있을 수 없고, 미학적 의도가 없는 영화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P : 작가는 글을 쓰면서 작가가 되는 거예요. 감독 역시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감독이 되는 거고요.



바르다의 작품별 인터뷰에 따라 순차적으로 목차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책에서도 밝히길, 온전한 모습의 아녜스 바르다 그녀의 가치관과 신념을 담고 싶었기 때문에 최대한 편집을 자제했습니다. 사진작가였던 영화감독이기에 상상 그 이상으로 거의 영화의 매 숏마다 의미가 부여되어 있는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녀의 작품 한 두 작품을 먼저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PS : 72회 칸 영화제에서는 그녀의 모습이 담긴 공식 포스터를 내보이며 추모의 뜻을 전하는데 그녀가 좋아하는 석양과 보라색이 아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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