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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Oct 10. 2023

작가수첩 3

by 알베르 카뮈

크게 어떠한 특정 작품 이후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작가와 생의 마지막까지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로 나누어집니다.  <노인과 바다>의 헤밍웨이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 작가님이 전자라면 알베르 카뮈나 로맹 가리, 박완서 작가님은 후자로 볼 수 있습니다. 다작의 여부를 떠나 작가가 일평생 글을 쓴다는 것은 하루키가 말한 직업으로서의 반복적 글쓰기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창작의 고통을 받기 때문인데 아이디어나 창작을 담당하는 영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겪는 창작의 고통은 글감의 고갈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삶에서 글을 가져오던 작가들은 어느 순간 글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지점을 만나게 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낯선 삶에 자신을 내어놓기도 하고 다른 이의 글을 읽기도 하고 타인의 삶을 관찰하며 단 한 줄의 문장이라도 건지기 위해 갖은 애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 어떤 이는 포기하고 어떤 이는 새로운 영감을 받아 다시 글을 쓰기도 합니다.


알베르 카뮈는 모든 작가들이 겪는 고통을 다 마주한 듯합니다. 카뮈는 여타의 다른 작가들과는 출발부터 큰 차이가 나는데 그가 글을 쓰게 했던 원동력은 신념이었습니다. 카뮈가 학창 시절 이후로 고질병이 된 폐질환을 앓지 않았다면 그는 유명한 축구선수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합니다. 문학에 대한 꿈은 있었지만 폐질환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축구 선수나 아니면 선생님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한 인간으로서는 너무나 안타깝지만 폐질환은 카뮈에게 일찍부터 죽음이라는 숙명을 지닌 인간의 삶을 각성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어찌할 수 없는 수동성의 세계에 반항하는 인간을 꿈꾸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죽음에 대한 반항은 사회제도로 확대되고 사회제도를 대표하는 법에 의해 어처구니없게 단죄당하는 부조리를 고발하는 작품들을 발표하게 됩니다. 그렇게 발표된 <이방인>은 발표 당시 소설의 범주로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단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하는데 나중에 카뮈의 인터뷰를 보면 소설이라기보다는 실험극에 가깝다고 이야기합니다.



P : 거짓은 환상처럼 사람을 잠재우거나 꿈꾸게 한다. 진실은 유일한, 경쾌하고 무궁무진한 힘이다. 우리가 오로지 진실로만, 진실을 위해서만 살 수 있다면: 우리들 속에 있는 불멸의 젊은 에너지. 진실의 인간은 늙지 않는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는 죽지 않을 것이다.



저번에 소개해드린 노트는 초기의 습작이나 생각에 가까운 수첩이었다면 이 노트에는 샤르트르와의 결별 이후 사상적 위기와 건강의 위기를 마주쳐야 했던 카뮈의 외로운 고투가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카뮈는 스스로 자신의 나약함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런 모습을 서슴없이 표현하는 모습과 그런 와중에도 문장을 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서야 <전락>이라는 작품이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이 노트를 통해 대문호의 카뮈가 아닌 인간 카뮈를 만나게 되는 거 같아 반가웠습니다.


1960년 1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카뮈의 머릿속을 온통 채우고 있었을 그의 유작인 <최초의 인간> 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이젠 어느 누구도 그 실체에 다가갈 수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그가 그려내고자 했던 <최초의 인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인간이며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인간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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