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by 무무

좋아함을 넘어 약간의 존경심마저 들었던 친구는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였습니다. 특히 누구도 함부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지 않던 모습은 본받고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도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시련을 그 친구도 겪게 되었고 아마 처음으로 힘든 일을 마주하다 보니 한번 괴로움에 빠지니 남들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깊게 앓았었던 거 같습니다. 주변 친구들 중에는 누구도 쉽게 위로를 건네지도 못했고 머리도 남들보다 좋았기에 충고를 쉽게 해 줄 사람도 없어서 혼자 끙끙 앓으며 그 어두운 터널을 혼자 묵묵히 걸어 나와야 했을 겁니다.


이 책의 주인공을 보면서 저는 그 친구를 떠올렸습니다. 부모는 물론 최고의 벗 고빈다도, 심지어 당대 최고의 성인이었던 고타마 싯다르타도 그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싯다르타와 동명이인인 주인공은 가족의 그늘마저 뿌리치고 구도자의 길을 떠납니다. 수행자들의 공동체 속에서 온갖 명상과 단식을 계속하지만 어떤 수행으로도 “아무리 버리려고 해도 버릴 수 없는 이 자아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풀어낼 수 없었습니다. 28일 동안 단식을 해보기도 하고, 온갖 신비체험에도 몸을 던져보지만, 인생은 그저 끝나지 않는 고통일 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결국 다른 방안으로 속세에 뛰어드는데 최고의 기생 카말라를 찾아가 온갖 사랑의 기술을 배우기도 하고 최고의 장사꾼에게 돈 버는 솜씨를 배우기도 하며 도박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핍을 아무리 채우고 또 채워도 위대한 깨달음의 길에 도달하지 못하고 괴로움을 못 이겨 마침내 강가로 도망쳐 목숨을 끊으려 합니다. 그 순간 내면에서 주체할 수 없는 울림이 퍼져 나오는데 그것을 책에서는 <옴>이라고 지칭하는 소리였습니다. 무의식의 싯다르타는 불현듯 옴이라는 신비의 소리를 타전하여 그를 구원해 내고 이 극적인 깨달음 이후에 싯다르타에게 또 한 번의 치명적인 위기가 찾아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카말라가 싯다르타의 아이를 낳은 것입니다.


P 첫 문장 : 집이 그늘진 곳에서 , 나룻배들이 떠 있는 강가의 햇살 속에서, 살수 숲의 응달에서, 보리수 그늘 아래서, 브라만의 수려한 아들이자 어린 매 같은 싯다르타는 역시 브라만의 아들인 친구 고빈다와 함께 자랐다.


P :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지고, 모든 소리, 모든 목표, 모든 동경, 모든 고통, 모든 쾌락, 모든 선과 악, 그 모든 것이 모여 이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모여 사건의 강을 이루었고, 삶의 음악을 이루었다.


실제로 고타마 싯다르타는 아들이 태어나자 괴로워합니다. 이름도 라후라(방해자)로 짓지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아들을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집니다. 헤세의 싯다르타에게 아들은 깨달음의 장애물이 아니라 그가 안다고 믿었지만 아직 깨닫지 못한 세상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지구에서는 영원히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처럼, 사랑은 늘 바라보지만 알 수 없었던 세상의 숨은 이면이었던 것입니다. 사랑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싯다르타가 오직 자신만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그런 그가 자신을 가장 아프게 하는 존재를 사랑하게 된 순간, 깨달음은 비로소 완성되기도 합니다. 나 아닌 존재를 나보다 더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 그게 바로 가장 나다운 나라는 사실을, 내 존재를 갈기갈기 찢는 고통을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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