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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Oct 28. 2023

검은 토요일에 부르는 노래

by 베르톨트 브레히트

1928년 <서푼짜리 오페라>라는 연극계에서 혁명적인 작품이 초연을 하게 됩니다.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히트를 쳤던 이 작품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88년 12월인데, 극단 민중에 의해 무대화되면서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무대를 밟았습니다. 오랜 시간 그의 작품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 이유에는 그의 사상이 당시에 금지 시 되어 자연스레 금서로 지정되었었고, 그의 평가가 세계적으로 많이 엇갈린 데에도 한몫하였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그의 대한 내용을 잠깐 배운 기억이 있는데 브레히트의 작품들이 마르크스 신화 만들기에 조직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계획된 것이라 교수님들은 이야기했고 그래서 저에게 있어서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름 중의 하나로 치부했었습니다. 서점에 들러 어디선가 들어본 작가의 이름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희곡작가로만 알고 있던 작가의 시를 몇 개 읽고 책 표지 뒤에 써져 있는 한나 아렌트의 추천사 같은 “최고의 서정시인”이라는 말에 (팔랑 귀라서)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나 아렌트나 브레히트, 그들이 말하는 서정은 아마도 제가 느끼는 감정은 아닌 듯했습니다. 지극히 독일적이며 니체적인 초극의 풍경인 듯했습니다. 부모를 죽인 아이가 시신의 냄새에 슬퍼하는 시라든지,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를 두 남성의 발라드라든지, 일반인으로서 범인을 이해하기는 쉽지가 않았습니다. 잔혹한 면에서는 그림 형제의 동화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창의성과 상상력으로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쓸 수 있었는지 감탄을 하기도 하였지만 읽는 내내 책 제목처럼 음습하기 짝이 없던 시집이었습니다.



P : 어두운 대지의 자궁에서 바알이 썩어 갈 때

하늘이 이미 그렇게 거대하고 조용하고 창백했다.

바알이 살았을 때 바알이 사랑했던 하늘은

젊고 벌거벗었고 놀랄 만큼 경이로웠다.



<바알>이라는 연극의 모티브가 되었던 시가 눈에 띄었습니다. 나중에 바알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인물이 실존 인물을 모티브에 두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가는 조지프 케이라는 인물의 삶을 토대로 바알이라는 인물을 창조하여 어린아이 같은 이기심, 반사회적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오는 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실존 인물은 여자와 자고 싶으면 억지로 끌고 가서라도 취하고 그 이후로 여자가 충격을 받아 자살을 하든 말든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브레히트는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지 않고 당장의 욕망을 소비하기 위해 살아가는 바알에 관한 시는 조금은 불편하게 읽었습니다. 왜 금서였을지 납득이 가는 시집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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