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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Sep 05. 2023

Egon Schiele : the complete wo

Jane Kallir

저는 한 달에 20만 원 정도 책을 구입을 하고 그 책을 다 읽지를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가끔 도서관에 갑니다. 도서관에 가면 이제는 절판되어서 나오지 않는 책들을 찾기도 하고 몇십에서 몇백만 원 이상되는 비싼 책들을 찾아서 읽습니다. 저희 집 책장에능 아마도 80프로는 문학책들이 꽂혀 있을 것이고, 책상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는 몇 권의 미술 관련 책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책상에는 아껴서 자주 보는 책 몇 권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에곤 쉴레의 전집이며 국내에서는 50만 원 정도 호가하는 책입니다. 중고책 가격이 35만 원 하는 거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1990년에 나온 이 전집은 1989년까지 미국에서도 금서로 지정된 책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볼 수가 없었고 그의 그림을 아시다시피 미성년자들이 보기에는 너무 야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그의 그림을 볼 때 지나치게 노골적이라 수치심이 든다고 표현하기까지 했는데 어린이들이 보는 미술 전집에도 그의 그림이 빠지지 않고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봐도 미술사에서 그의 가치는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물론 어린이들이 보는 책에는 문제가 될 만한 그림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테임스 앤 허드슨 출판사는(편하게 T&H라고 하겠습니다) 이 책이 금서로 풀린 1990년 1월 1일에 맞춰 출간을 합니다.


드로잉 분야에서는 쉴레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미술사에서 드로잉의 역사는 쉴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의 드로잉은 대단해 보입니다. 이전의 다른 화가들의 드로잉들은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작품을 위한 습작의 성격을 많이 띠었고 심지어 그의 스승인 클림트의 드로잉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의 드로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되었습니다. 제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그린 선들은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마다 딱 그려져 있는 느낌이라 자체에서 그저 완벽함을 넘어 작품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경외감마저 듭니다.


오늘은 에곤 쉴레를 이야기하려고 이 책을 꺼낸 게 아니라 이 출판사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출판사의 로고인 두 마리의 돌고래는 우정과 지성, 얼굴을 맞대고 있는 동서양과 구시대와 신시대를 상징하고 있으며 런던과 뉴욕이 함께 힘을 모아 이끌어 가는 회사임을 이름에 담고 있습니다. 책은 디자인 적으로도 혁명을 만들어냈습니다. 1964년 책의 끝단을 보호하기 위해 책 커버 위, 아래를 접는 프렌치 폴드 방식을 맨 처음 활용했으며 1958년 <Throne of Earth and Heaven>을 발간하면서 저자, 사진가, 편집자, 디자이너, 생산관리자가 모두 함께 조정하고 통합하여 처음으로 책을 만든 앞서 가는 회사였습니다. T&H의 대표작은 1958년에 시작한 <World of Art> 시리즈인데 15년 만에 300종이 넘는 주제로 발간되었고 포켓 사이즈로 나온 이 책들은 현재 우리가 쉽고 싸게 볼 수 있는 예술 관련 작은 책들 형식인데 세계의 수많은 출판사가 이와 유사한 시리즈를 만들게 한 최초의 출판사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라틴어 복음서인 <켈스의 서>의 필사본이며 1974년 발간한 이래 당시에 베스트셀러이자 지금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자부하듯이 사진, 카피, 레이아웃, 디자인, 인쇄, 제본 등등 책을 만들어 나가는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이 독자들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책을 지금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미술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이 출판사가 2014년 한국 현대미술 안내서 <Korean Art : The Power of Now>를 출간했습니다. 보르도 5대 샤토 중 하나인 2010년 무통 로쉴드 라벨을 디자인한 이우환 작가님을 필두로 김수자 작가님, 서도호 작가님 등 생존하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 100명과 미술평론가 인터뷰, 국립 현대 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 갤러리 등에 대한 정보가 실려있습니다. 국내에서 초판본은 아쉽게도 절판이 되었지만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던 이 책은 국내에서 2016년에 재인쇄를 시작하면서 다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이 출판사의 책들이 있습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미술작품을 감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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