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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Sep 20. 2023

고갱 : 고귀한 야만인

by 프랑수아즈 카생

폴 고갱은 언제나 원시의 파라다이스를 동경했습니다. 스스로 역마살을 만들어가던 그는, 파라다이스를 찾기 위해 늘 새로운 삶이 끝없는 출발의 연속이라 여기며 파리, 코펜하겐, 퐁타벤, 마르티니크, 아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난 타히티로 유랑(?)을 하였습니다.


벌거벗은 원시 세계와 투박한 여인의 검은 몸을 통해 고갱은 세계를 보는 시작과 예술의 행로를 변화시킵니다. 남태평양으로 출발하면서 고갱이 꿈꾸었던 것은 랭보가 말한 새로운 영감, 즉 고대 향연의 비밀을 푸는 열쇠를 찾고 싶어서였습니다. 오래전에 망각된 종교와 전통, 장대한 원시 신화를 발견하고 싶었지만 지나치게 문명화되고 서양화된 타히티의 현실은 그에게는 실망스러웠을 겁니다. 고갱은 프랑스령 파페에테의 영사였던 자크 앙투안 뫼랑후가 반 세기 전에 낸 민속지 보고서 <오세아니아 일주기>를 활용하여 <마오리의 고대 신앙> 이르는 책을 펴냅니다. 이 책은 가장 많이 알려진 자신의 그림 몇 점과 수채화 삽화를 곁들여 그가 직접 펜으로 쓴 필사본입니다. 고갱은 보라보라 섬에 살았다는 폴리네시아의 신과 여신으로 이루어진 라에오이 종족의 이야기를 여기에 담았고 우리는 그 판본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P : 나는 평화 속에서 존재하기 위하여, 문명의 손길로부터 나 자신을 자유롭게 지키기 위하여 떠나는 것이다.


오늘은 고갱을 소개하려고 한 것보다 이 책의 시리즈를 소개하려고 고갱을 꺼냈습니다. 여러분은 백과사전을 좋아하시나요? 너무 두껍고 크고 어떤 것들은 수박 겉핥기식의 내용만이 있어서 실망스러운 백과사전이 대부분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는 백과사전이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프랑스에서 명성이 높은 갈리마르 출판사에서도 인지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손쉽게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시리즈 물을 기획하고, 세계적인 석학과 전문가들이 박물관과 고문서 보관서, 지구촌 곳곳에서 각종 자료들을 수집하면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주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가 이룩한 방대한 지식과 문화유산을 주제별로 집대성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고 크고 두껍고 무거운 것을 탈피하자는 게 두 번째 목표였는데 그 답은 포켓판 백과사전 시리즈인 <데쿠베르트 갈리마르>로 내놓습니다. 이 시리즈의 첫 작품은 <À la recherche de l’Égypte oubliée(잊힌 이집트를 찾아서)> 은 1986년에 출판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시리즈를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라는 이름으로 1995년에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고 2017년 12월 12일에 <도시 미술>이라는 142번째 시리즈를 끝으로(끝인지 알 수는 없으나) 더 이상 신간은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 갈리마르는 600번이 넘는 시리즈 물을 계속 출간하고 있고 많은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백과사전입니다.


출판 목표 : Collecter les connaissances et le patrimoine culturel que l'humanité a accumulés jusqu'à présent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 온 지식과 문화유산의 총집합)


책이 조그맣다고 해서 내용이 절대 빈약하지 않습니다. 고갱의 책만 봐도 어느 정도 심도 있게 담고 있고 전체를 훑는 것보다는 어느 한 분야 안에서의 특정한 시간이나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술 쪽 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는데 도판도 다른 미술책들에 비해 크게 들어가고 자료도 잘 실려 있습니다. 본문이랑 옆에 각주같이 달려 있는 부분이랑 사진이 조금은 난잡할 때도 있지만 읽는 데 크게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맨 뒤에는 다른 재질의 종이로 관련 기록들과 자료가 실려 있는데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의 큰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지금 전권은 새책으로 구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몇 권은 최근에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절판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마 2017년 이후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판매량의 부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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