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

BY 밀란 쿤데라

by 무무

불멸

사람이 언제 죽는지 아냐는 물음에 사람들에게 잊힐 때라고 이야기하던 <원피스>의 한 대사는 이상하게 가슴속에 박혀버렸고 마음속에 담고 살고 있습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을 잊지 않고 산다면 그 사람들은 제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다는 말인 거 같았고 그래서 보고 싶은 사람들을 가끔 떠올리며 영원히 제 안에서 살아 숨 쉬게 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은 추억으로 산다는 말과 묘하게 맞닿아있는 <원피스>의 이 장면과 오늘 책의 한 문장이 묘하게 닮았습니다.


P : 이 세상에 나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간직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도대체 난 왜 산 거지?


이 책은 세상에는 두 가지의 사람이 있다고 쿤데라는 이야기합니다. 존재에 끊임없이 더함으로써 생의 의미를 찾는 사람과 끊임없이 버림으로써 생의 의미를 찾는 두 유형이 있다고 말합니다. 비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또 비루한 나의 존재에 무엇이라도 더해보려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나를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보여줍니다. 진중한 척, 진지한 척, 사회적 위치와 돈과 심지어 가족까지 이용해 존재를 아무리 크게 쌓으려 해 보아도, 가벼운 비웃음 앞에서 바로 무너져 내릴 뿐인데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쿤데라는 우리에게 담담하게 생을 대하면 그만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나의 하찮은 존재를 인지하고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가벼움을 무기로 정신적 자립을 이루게 되는데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는지 따위로 정의할 수 없는 그저 존재로서의 나로 살면 된다고 말을 합니다.


이 책은 소설 속 7편의 이야기들로 구성했습니다. 독립된 단편소설처럼 읽히기 시작하고 어디선가 서로 연결이 됩니다. <불멸>의 의미를 괴테의 말을 빌어 설명합니다. 괴테가 말하는 불멸은 영혼불멸에 대한 믿음과는 상관없이 사후에도 후세의 기억 속에 살아남는 자들의 세속적인 불멸을 이야기합니다. 쿤데라의 시선을 보면서 차가움을 머금은 뜨거움은 이러한 객관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관찰하게 되는 것, 이것은 어쩌면 불멸을 누리기 위한 작가들의 숙명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P : 나의 자아와 타인의 자아 사이에 눈이라는 매개를 통하지 않는 직접적인 접촉이 있을 수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의 생각에 비칠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불안한 탐색을 빼고서 사랑을 생각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상대가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미 그는 더는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P :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렸고, 성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아녜스는 물망초 한 가지를, 물망초 오직 한 송이를 사고 싶어 했다. 눈에 잘 뵈지도 않는, 아름다움의 마지막 자취로서, 그것을 두 눈앞에 간직하고 싶어 했다.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공간이 참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방이 여러 개라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는 맛이 쏠쏠했고 엮기 나름으로 이야기가 두 개가 되었다 세 개가 되었다 하나로 읽어도 되는, 정말 내 마음대로 읽어도 되는 책이었습니다. 읽으면서 저는 아녜스가 되기도 하고 괴테가 되기도 하고 잠시나마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덮을 즈음에는 정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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