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by 토니 모리슨

by 무무

대학에서 버지니아 울프와 윌리엄 포크너를 연구한 토니 모리슨은 시점 교차와 다중 화법을 그들에게서 배우게 되었고 현실과 비현실의 넘나드는 전설과 이야기 등을 수집해 가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갑니다. 더욱이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같은 작품이나 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 같은 작품은 토니 모리슨 작품의 양대 축인 여성이라는 주제와 인종이라는 강렬한 소재의 원천이 됩니다. 그래서 그녀의 글 전반에는 항상 사랑을 이야기하고 흑인 여성이 들어가 있습니다. 많은 작품들을 남겨놓고 세상을 떠난 토니 모리슨의 글들은 사랑은 달콤하지도 말랑하지도 않으며 지독하고 강박적이며 배신과 증오, 자기혐오가 짙게 배어있습니다. 이 책 역시 여전히 달기는커녕 당장 내뱉고 싶을 만큼 씁쓸함마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책 내용은 크리스틴과 히드는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로 등장하는데 갑부인 크리스틴의 할아버지 빌 코지가 재혼 상대로 히드를 선택하면서 둘의 우정은 증오로 바뀌어버립니다. 200달러에 코지에게 팔려간 히드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지키기 위해 크리스틴에게 등을 돌리고 크리스틴은 시아버지에게 복종하는 것밖에 모르는 어머니 메이에 의해 집 밖으로 내몰립니다. 코지가 죽자 둘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한 집에 살면서도 서로 죽기만을 기다리고 그렇게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릅니다.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멈춰있던 시간은 코지의 저택에 한 소녀가 찾아오면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히드는 갈 곳 없는 소녀 주니어를 고용해 코지의 유언장을 조작하려고 하고 그 사실을 안 크리스틴은 분노했고 주니어는 둘의 관계를 이용해 재산을 가로채려 합니다.


크리스틴과 히드의 증오는 빌 코지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자들을 불행으로 몰아넣은 코지에게 모리슨은 행복한 삶을 선사하지 않았습니다. 코지의 아버지 다크는 경찰의 끄나풀 노릇을 해 부를 쌓았고 아버지의 저주받은 유산을 물려받은 코지는 아버지가 경멸했던 것에 흥청망청 돈을 씁니다. 하지만 그가 사랑했던 단 한 사람인 아내는 그의 돈이 피에 젖었다는 사실을 알고 평생 마음을 닫아 버립니다. 코지가 히드를 두 번째 아내로 맞은 것은 아버지의 더러운 유전자를 끊어버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크리스틴과 히드는 죽음과 마주하고서야 어린 시절로 돌아갑니다. 날이 선 목소리가 아니라 애정을 담아 서로 이름을 부르기까지 반세기가 흘러야 했습니다.


모리슨은 "왜 항상 흑인 여성에 대한 책을 쓰는가?”에 질문에 “그럼 나도 주류인 백인 남성에 대한 책을 써야 하는가?” 하는 말로 대답을 합니다. 그렇다고 토니 모리슨이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강요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페미니스트 적인 글을 쓴 사람이 아니고 그저 상대적으로 약자인 흑인 여성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P : 여기, 지금, 깊은 잠 속에서 그녀의 모색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새로운 주인의 침대 위에서 굽어보고 있는 얼굴 때문에 모든 게 다시 시작된 것 같았다. 미군 병사의 턱과 사람을 안심시키는 미소를 지닌 잘생긴 남자. 그 미소는 마치 뜨겁고 맛있는 음식을 영원히 먹여주겠다고 약속하는 것만 같았고, 그 눈은 마치 어린 소녀가 제일 높은 가지에서 사과를 강탈하는 동안 든든하게 목말을 태워주겠노라고 약속하는 듯했다.


전작 <파라다이스>라는 모리슨의 작품은 가장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이 상의 무게에 눌려 작품 세계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노벨상 징크스” 가 찾아왔다고 혹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 모리슨은 다시 자신의 색깔을 찾았다고 박수를 받습니다. 그녀 특유의 리듬도 살아나고 음란하면서도 통속적인 소재를 마주하면서 서정시를 읽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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