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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Nov 19. 2023

켈트의 여명

by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유치원을 간다고 나와서 25-1번 버스를 타고 외할머니댁으로 갔던 것을 기억합니다. 화곡동 농협에 내려서 골목을 두 번 정도 돌면 인자슈퍼가 나왔고 그 바로 앞집이 외할머니댁이라는 것을 안 저는 전화기 옆에 있던 500원을 들고 외할머니 집으로 갔습니다. 40분을 신나게 버스를 타고 외할머니댁에 도착할 수 있었고 마침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는 길에 외손주를 맞이한 할머니는 당황스럽게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외할머니는 정신을 부여잡고 저를 집에 데리고 와 어머니에게 몰래 전화를 걸었고 올 때까지 같이 있어주셨습니다. 외할머니가 해주는 이야기가 책 보다 재밌었습니다. 할머니의 어린 시절, 어머니의 어린 시절, 지금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옛날이야기 등을 해주셨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 간도 크게 가출을 했습니다. 물론 어머니가 도착 후 죽지 않을 정도로 맞은 것도 기억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신화와 전설 또는 민담을 좋아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지역과 언어가 다르지만 비슷한 골격을 가지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찾아서 읽었습니다. 나라, 지역, 그 민족만의 가지고 있는 특별한 분위기나 이야기를 신기해했고 이 책을 읽으면서는 <해리포터>의 작가 조엔 K  롤링을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상상력과는 전혀 다른 색깔에 놀라웠고 어떻게 이런 멋진 이야기를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하고 궁금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 재밌기도 하지만 약간은 생소한 판타지인 <해리포터>의 이야기들이 예이츠와 조엔의 나라인 영국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옛날이야기였을 것입니다. 우리의 자연환경과는 전혀 다른 곳이니 이 책에 담긴 몽환적이고 환타지적인 이야기들이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러한 명작의 완성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도깨비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이고 여전히 재미있게 듣고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익숙하다는 것은 참 편안한 것이지만 가끔 생소한 것이 가지는 신선함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도 좋아합니다.


이 책은 켈트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켈트족은 켈트어를 사용한 민족을 말하는데 브리튼, 아일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게일어가 여기에 속합니다. 기원전 500년경 켈트족은 프랑스, 포르투갈, 에스파냐, 영국으로 퍼져있었고 기원전 300년부터 서기 100년까지 로마가 유럽 대부분을 정복했는데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잉글랜드 남서부, 프랑스 북서부의 브르타뉴에 정착한 켈트족만이 로마의 지배를 받지 않고 자신의 문화를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 켈트족에 관한 문헌 정보는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기원 후 몇 세기 동안 아일랜드의 켈트족은 오감(ogam)이라는 원시 문자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돌에 새겨져 있습니다. 중세 초에 켈트족은 알파벳을 사용하여 고대 켈트족의 신화와 전설을 비롯한 많은 기록 문학을 남겨졌고 그렇게 하나로 모은 것이 이 책입니다.



P : 우리의 난로와 영혼 속에 작은 불을 피우고, 인간이든 환영이든 어떤 대단한 존재가 불을 쬐러 오는 것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면, 그리고 못생긴 요정들이 찾아왔을지라도 지독한 말투로 꺼져버리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어떤 큰 재앙이 다가와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일이 일어난 후에 우리의 불합리가 다른 사람의 진실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책의 원제목인 <the Celtic Twilight>에서 Twilight 은 어둠에서 밝음으로 빛이 교차되는 잿빛 새벽(dawn)과 밝음에서 어두움으로 빛이 교차되는 황혼(dusk) 이 둘을 모두 의미합니다. 예이츠의 트와일라잇은 새로운 날로 변화를 바라는 기대가 담긴 새벽이라는 뜻인데, 그가 아일랜드 문예부흥을 주도했다는 것을 되새겨보면 제목이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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