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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Sep 16. 2023

카프카의 프라하

by 클라우스 바겐바흐

프라하에는 카프카의 일생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들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 프라하를 걷는 순간 세상 다 가진 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벅찬 가슴을 진정하고 올드타운에 들어서면 광장에는 그의 동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프카가 자신이 쓴 책에서 보여줬던 그 거리들이, 상상으로만 여겨지던 이곳들이 저에게 어느덧 현실로 다가왔었습니다. 가방에서 이 책을 꺼내 들고 지도를 따라 한 걸음씩 떼었습니다.


성 니콜라스 성당 옆으로 가면 지금은 소실되고 없어진 그의 생가가 있습니다. 실제 남은 건 출입문 밖에 없지만 그곳을 둘러서 지나가면 카프카 카페라는 곳에서 커피를 한잔 마실 수 있었습니다. 광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고 책에 나와있는 지도를 보고 주변을 또 보고를 몇 번 반복하던 순간에 과연 카프카는 이 도시를 사랑했을까라는 이상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많은 책이나 이야기들을 보면 카프카 = 프라하였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카프카의 부모님은 일만 하시느라 그에게 큰 관심을 줄 수 없었습니다. 늘 어려워했던 아버지는 거만하고 독선적인 사업가였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도와 하루에 12시간씩 일만 했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외로운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지도에 나온 골츠 킨스키 궁전을 따라가면 카프카가 다녔던, 오늘날로 치면 초 중 고등학교가 나옵니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사업을 하시던 분이라 상인이 되어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기를 원했지만 탐욕스러운 아버지를 닮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카프카는 아버지에게 반항 아닌 반항을 하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대학에 가서 좋아하는 문학과 예술을 배우고 싶어 했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결국 법대를 가게 됩니다.


법률 고문으로 카프카는 보헤미아 왕국 노동자 상해 보험 회사를 다녔습니다. 매일 출근해서 오후 2시까지 일하고 그 밖의 시간에는 글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만족스러워하며 다녔지만 많은 노동자를 만나게 되면서 그들의 비참한 삶과 가혹한 대우를 몸소 느끼며 불편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프라하 곳곳에 퍼져있었지만 나라의 관료라는 작자들은 모두 무시하고 자신들의 배만 채우느라 급급하다며 분노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자신의 일기나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만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주변 환경들로 둘러싸였던 그가 정말로 이곳을 사랑했을까라는 의문을 안은채 책과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골든레인 N22에서 카프카의 작업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매일 이곳에서 밤늦게까지 글을 쓰고 구시가의 랑케거리 18번지에 있는 하숙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공간이 협소하긴 하지만 여동생이 빌려준 이곳을 조용하고 아늑하다는 이유로 카프카는 좋아했습니다.


프라하에서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카페 루브르였습니다. 당시와 같은 모양은 아니었겠지만 올가미 같은 아버지의 존재에 그나마 한줄기 빛이 되어주던 이곳을 끝으로 프라하 여행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그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었던 이곳에서 저는 맥주를 한 병 마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카프카는 독서토론을 하기도 했고 브렌타노라는 철학자를 추종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쓰고 싶은 작품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이 카페에서 그의 문장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프라하가 맹수의 발톱처럼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


카프카는 짧은 여행과 죽기 직전의 요양소 생활을 제외하면 평생을 프라하에서 보냈습니다. 아마도 그는 어쩔 수 없이 돌아와야만 했던 프라하를 증오하면서도 친구들과의 만남과 글을 그나마 자유롭게 쓸 수 있었던 이유만으로도 프라하를 사랑했을 거라는 결론을 간직한 채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저자는 바겐바흐 출판사 사장이자 카프카 연구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도시가 만든 문학”이라는 콘셉트로 여러 작가들과 도시를 합쳐서 살토 시리즈라 명하고 출간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열린책들에서 2권만이 출간되고 이어지지 못한 안타까운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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