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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Sep 03. 2023

나의 미카엘

아모스 오즈

일을 하던 중 잠시 쉬기 위해 구름과자를 들고 옥상으로 갔습니다. 오며 가며 인사만 하는 동료가 저 멀리서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통화를 엿듣고 싶지 않았지만 격앙된 목소리에 결국 듣고 말았습니다. “넌 날 사랑하니.” 그 말을 내뱉을 때의 동료의 감정이 안타까웠고 때때로 증명할 수 없는 이런 물음들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결혼한 지 1~2년 정도 되는 그 친구에게 물어보고 싶습디다. 사랑의 해피엔딩이 결혼일지, 그 결혼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이고 지금 당신은 행복한지에 대해 궁금증을 넌지시 던져 보고 싶었지만 그냥 자리를 피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미카엘의 아내 한나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한나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담담하고 차분하게 그렇지만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합니다. 책에는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한나는 미카엘과 대학에서 만나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웁니다. 자신의 학업은 포기하고 남편의 길고 긴 공부를 바라보면서 억눌린 욕망인지 또는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서의 내적 갈등인지 한나는 언제나 꿈을 꿉니다.


꿈속에서 그녀는 공주이지만 갑자기 생의 포로가 되어 쫓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의(그녀의) 미카엘은 언제나 침착하고, 합리적이며, 조심스럽습니다. 그는 언제나 한나를 위해 성실한 몸짓을 보여주고 그 성실함이 한나는 질투를 합니다. 그 성실함에 대한 질투가 한나로 하여금 늘 꿈속으로 도망치게 합니다. 그리고 그토록 자신의 생을 억누르고 있던 사랑의 힘을 포기하기로 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 한나는 꿈을 꾸지 않기로 합니다.


단지 자손을 남기기 위해서 결혼하고 살고 있는 것인지, 가정적이며 집안을 일으키기에 노력하는 성실한 남편인데도 불구하고 그 생활에서 허전함을 느끼는 아내의 심리는 무엇인지, 물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등등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질문들을 던져주었습니다.



P : 나는 지나친 요구를 하지 않는다. 저 유리만 투명했으면, 그것이 전부다.



결혼 생활의 환상이 무너지며 그에 따라 점점 절망해 가는 여인의 마음은 그렇다 치더라도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하여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노력하는 남편의 삶은 재에 비유합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이 재의 존재가 그지없이 착하고 성실한 남편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남편들을 참으로 살기 싫게 만드는 음울한 비유가 아닐 수 없는데 아마도 아모스 오즈는 평범한 결혼생활 속에서 서서히 병들어 가는 여인을 등장시켜 우리들의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표현하고 싶었을 거리 생각합니다. 아내의 삶이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라면 그런 아내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는 남편의 삶은 마음속 깊이 외로움과 고독을 감추며 살아가는 바로 대다수 남편들의 모습이 아닐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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