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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Sep 18. 2023

카탈로니아 찬가

by 조지 오웰

잘못된 일을 마주할 때 보통 사람들은 묵과해서 지나갑니다. 심지어 직장 내의 부당한 일을 겪을 때도 지금 받는 월급이나 생활들을 생각할 때 참고 지나치는 경우들도 많은데, 제대로 바로잡기에는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지 오웰은 신문 기사를 쓸 생각으로 스페인에 갔지만 그곳에서 바로 의용군에 입대해 버렸습니다. 오웰이 그 시기, 그 분위기에서는 그것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일이었습니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이 1936년 7월부터 1939년 4월 사이 벌어진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고 돌아와서 쓴 르포르타주입니다. 스페인은 왕실이 유명무실해지면서 왕실 보호를 빌미로 군부 독재를 하려는 왕당파와 이를 막아내려는 공화파가 정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합니다. 1936년 2월 총선에서 공화파가 이기지만 그해 7월 프랑코 장군을 중심으로 하는 왕당파가 군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내전이 시작됩니다. 당대 내로라하는 지식인들은 공화파를 지지하며 스페인 내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여기에는 종군기자로 전쟁을 취재한 헤밍웨이가 있었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발표합니다. 조지 오웰 또한 공화파 의용군에 자원입대하여 전장에 나섭니다. 젊은 지식인들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이유는 전체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독일은 히틀러의 나치가 있었고 이탈리아에서는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민족과 국가만을 우선시하는 전체주의가 전 유럽으로 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스페인마저 왕당파가 정권을 잡아 버리면 유럽이 암흑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나선 의용군은 장교와 병사가 동등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옷을 입었고 받는 돈도 같았습니다. 군대라면 위에서 시키면 아래가 따라야 하지만 의용군은 모두 다 동지였기에 될 수 있으면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스페인 내전은 끝내 프랑코가 이끄는 왕당파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왕당파의 전략과 전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공화파가 진 이유는 안으로부터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오웰은 생각했습니다. 공화파는 자유주의자, 공산당, 무정부주의자 등 여러 사상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들이 각자의 이념과 이익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힘을 잃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특히 소련 스탈린의 지원을 등에 업은 공산당은 조지 오웰이 속한 통일 노동자당을 모함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공화파는 패배하고 오웰은 가까스로 탈출해 이 책을 쓰게 됩니다. 전쟁의 패배와 공화파에 대한 환멸에도 조지 오웰이 찬가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현실에서는 패했을지 모르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전체주의에 저항했던 정신만큼은 계속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P : 전쟁의 가장 끔찍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든 전쟁 선전물, 모든 악다구니와 거짓말과 증오가 언제나 싸우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P : 모든 전쟁이 똑같다. 병사들은 전투를 하고, 기자들은 소리를 지르고, 진정한 애국자라는 사람은 잠깐의 선전 여행을 제외하면 전선 참호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제가 오웰의 글들을 존경하는 이유가 그가 바라보는 시선이 항상 지나치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적당한 냉소가 섞여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자신만의 생각으로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그 냉소가 있습니다. 이 책은 조금 특이하게 앞부분에서 무정부주의자들에게 접수된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희망에 시선을 보여줍니다. 당시 카탈로니아 지역, 바르셀로나는 그가 꿈에 그리던 평등한 세상 그것이었을 것이다. 청사진을 그리게 된 그 모습은 단 몇 달 동안만 존재했고 순수함 하나로 내전에 참가한 많은 의용군들은 단지 그 순수함 때문에 희생되는 존재가 되어버렸고 오웰도 그중 하나가 될 뻔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동물농장>과 <1984>가 후에 쓰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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