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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Sep 28. 2023

빵 굽는 타자기

by 폴 오스터

사람이 제일 멋있을 때는 무엇인가에 집중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위해 공부를 하던지 몸을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던지 결과에 상관없이 그 과정은 누구에게나 박수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이 작가를 잠시 옆으로 미뤄두고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라는 부제가 저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어서 좋았습니다. 작가들도 뭔가에 영감을 받아 쓰기도 하고 그냥 닥치는 대로 쓰기도 한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이렇게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그냥 글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본인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체험을 얘기할 때의 작가들의 글은 생생하고 더 진실되게 느껴집니다.


이 책은 그가 20대 작가 생활을 생각하며 쓴 소설이라고는 하나 자전적인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내용은 돈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던 폴 오스터가 갑자기 먹고살게 되는 문제에 직면하면서부터 온갖 일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들로 진행됩니다. 스토리 라인이 있다기보다는 끝없는 수다에 가까운 에피소드가 줄줄 이어집니다. 어느 갑부의 아내가 글을 쓰는 것을 돕기 위해 거액을 받고 멕시코로 갔다가 그녀가 글을 쓰기 싫어하는 바람에 한 줄도 못쓰고 돌아온다던가, 자신의 희곡이 연극으로 엉망진창으로 공연이 되는 것, 게임 카드를 팔아 한 몫 잡기 위해 돌아다닌 일 같은 에피소드들이 나옵니다. 결국 그는 아버지가 남겨둔 재산과 추리소설 형식으로 가볍게 쓴 소설로 난생처음으로 900달러를 손에 쥐게 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가 됩니다. 동분서주하면서 고생해 왔던 뜻밖의 행운이 작가에게 주어진 그 돈이 너무 값져 보였습니다.


미국이든 우라나라든 순수문학으로 밥을 먹고살기는 별 차이 없이 어려운 거 같습니다. 예전에 어느 한 작가가 한 달에 100만 원만 벌고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글로 생활이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글 쓰는 것을 멈추지 않고 돈이라는 것과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중 1% 미만만이 어떤 행운을 얻게 되면서 남들에게 작가로서 알려진다는 결과는 놀랍지가 않습니다.


1983년쯤에 겨우 겨우 한 권의 소설을 쓴 폴 오스터는 출간을 하는데 당시 그 책은 한 권도 팔리지 않았습니다. 포기할 법도 한 그때에 그는 "여기까지 온 이상,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노력해서, 결말이 어떻게 나는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 이 책의 진짜 결론인 거 같습니다. 저도 무엇인가를 계속 끄적거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 이 말 때문에 포기를 안 하고 제 노트에 또는 여기에 이렇게 계속 쓰는 거 같습니다. 그 마지막 한 번의 노력이 우리가 폴 오스터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P : 나는 내 존재를 믿었지만, 나 자신을 신뢰하지는 않았다.


P : 말하라, 그대는 무엇을 보았는가? - 보들레르



이 책에 뒷부분에 세 편의 희곡이 실려 있습니다.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가슴 벅찬 보너스일 테지만 저는 왜 이렇게 책을 묶었을까 하고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라고 생각해도 좋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따로 묶였어도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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