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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Sep 09. 2023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by 안드레아 게르크

저는 하루의 마무리를 퇴근으로 시작합니다. 집에 신발을 내팽개치고 양말을 콩콩 뛰며 벗어 젖혀 스테판 커리에 빙의해 빨래통에 던져 넣은 후 손을 닦고 냉장고 문을 엽니다. 밥을 먹고 집 밖으로 나가 조그만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페인트통에 꽁초를 버린 후 집으로 들어와 씻습니다. 그리고 책을 마주하기 전 경건한(?) 마음으로 전 날 읽었던 책을 봅니다. 한두 시간 내로 다 읽을 거 같으면 새 책을 미리 고르는데 이 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동안 모아놓은 책들을 둘러보고 한 달에 20만 원 정도를 투자한 이곳을 한 바퀴 도는 이 시간이 어떻게 보면 저에게는 천국과도 같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이러한 습관이 계속 이루어져 왔고 저에게 있어 책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휴식처이자 위로가 되었습니다. 책으로의 여행은 하루의 피로를 씻겨 내려주기도 하고 하루 동안의 지친 현실에서 벗어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돈은 비록 안되지만 저에게는 그저 놀이터이자 꾸준한 취미생활입니다. 알베르토 망구엘은 “책은 숨쉬기와 같은 일이다,“라고 했는데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저에게 설렘을 전하고 때로는 엄마 품처럼 포근하게 또 어떤 때는 매혹적인 지식의 신세계로 여행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 책은 삶을 토닥여주는 15가지 책의 위로가 담겨 있습니다. 실연과 우울 및 고독을 느끼는 순간마다 책 속의 세계는 거칠고 위험한 세상으로부터 사람의 마음과 자존감을 보호해 준다고 말하는 작가는 책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기에 이런 효과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병원과 수도원, 감옥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연구소와 실험실, 독서 모임, 수녀원, 교도소에서 직접 만나고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서가 실제로 사람을 치유하고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기약합니다. 책의 위로를 경험한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유대인 의사, 중세의 수도사들뿐 아니라 근대로 넘어가 찰스 디킨스와 제인 오스틴, 프로이트 등까지 이어져 설명합니다. 예로부터 사람은 문학을 통해 소통해 왔고 일상의 스트레스와 억압으로부터 나를 해방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버스와 지하철,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주변 사람과 분리되고 가족에서 빠져나와 나만의 세계에 들어갑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책을 통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저자는 독일 ARD 방송국의 편집자, 작가, 진행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안드레아 게르크는 독서 행위를 통해 두 개의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잠시나마 현실에서 도망칠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마음이 아프다면 머리가 복잡해도 답이 없다면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이 타고난 독서광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P : 책은 위로를 주고 용기를 주며 자아를 마주하게 한다. 또한, 피난처가 되어주고 경험을 전달하고 관점을 바꾸고 의미를 부여한다. 책은 재미와 감동을 준다. 책은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준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저자는 책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닌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해 주듯 구체적으로 책을 추천하면서 독서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들이 흔히 겪고 있는 여러 문제 속에서 지쳐버린 개인들에게 책을 처방해 줬던 프로이트를 비롯한 정신의학자, 뇌과학자들처럼 실용적으로 독서를 제안합니다. 상실과 슬픔을 극복하게 하는 방법에도 그리고 죄책감과 트라우마 치유 등에도 저자는 의사나 약사처럼 책을 처방합니다. 소개된 작품들은 몽테뉴, 도스토예프스키, 괴테, 토마스 만, 올리버 색스, 조앤 롤링, 그림 형제 등 시대를 초월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있어서 앞으로 읽을 책들의 리스트가 늘어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이러한 멋진 책에 관한 책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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