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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Feb 28. 2022

작가라서

by 파리 리뷰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죽기 전에 제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는 게 목표입니다.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공감을 한다면 너무 행복하겠지만 우선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써내는 게 목표입니다. 가끔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일이 사실 절망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비교하게 되는 대상들이 작가들이라 제가 쓴 글들이 상대적으로 너무나 초라해 보입니다.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기에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들은 어떻게 필력을 키우고 어떻게 작품을 구상하고 써내려 갔을지 궁금했을 때, 이 책을 만났습니다. 왕도나 비법은 없겠지만 참고할 만한 나름의 방법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파리 리뷰>는 신간이나 작가 홍보를 넘어서 작가들의 글 쓰는 방식뿐만 아니라 삶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 집입니다. 작가들에게는 이곳에서 인터뷰를 하는 게 자신의 인기나 책의 가치를 정하는 척도로 잡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작가들이 사랑하는 잡지사입니다. 타임지나 르몽드에서는 “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문학잡지”라고 칭하는 이 잡지사의 인터뷰는 다른 신문이나 뉴스 등과는 다릅니다. 1953년 창간을 했으며 60년 넘게 수많은 작가들을 인터뷰를 하였고 당시에는 신인이나 조금씩 인정을 받았던 작가들은 이곳에서 인터뷰를 한 후 노벨문학상이나 퓰리처 상을 받았습니다. 이 잡지사의 안목은 정말 타고납니다.


이 책은 303명의 작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항목별로 발췌한 책입니다. 질문은 꽤나 구체적으로 물어봅니다. 왜 글을 쓰는지, 등장인물은 실제인지 가상인지, 다른 작가들과 친하게 지내는지 등 34개의 공통질문을 던졌습니다.


예를 들어 “책을 즐겨 읽느냐?”는 질문에 트루먼 커포티는 상표나 요리법, 광고, 모든 국내외 신문과 잡지를 읽어댄 활자중독임을 고백했습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매일 밤 사무실에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읽었으며 그것을 상상하며 글을 썼다고 합니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말년에는 안톤 체호프에 책만을 반복하면서 읽으며 열광했고 조앤 디디온은 헤밍웨이의 책을 직접 타자기로 따라 치면서 필사를 한다고 합니다. 책 하나의 질문에 이렇게 다른 방법으로 책들을 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정말로 정답은 없는 거구나, 그리고 내가 책을 읽는 방법이 틀리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도하기도 했습니다.


제일 궁금했던 건 역시 어떻게 글을 쓰는지였습니다. 역시 대부분 개성들이 강한 작가들이었기에 성격에 따라 글 쓰는 방법이 다양했습니다. 규칙 없이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옮기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매일 규칙적으로 정해진 분량을 소화하는 작가도 있었습니다. 헤밍웨이나 하루키 등은 회사원처럼 업무 시간을 정하고 심지어 장소도 정해서 작업을 하였습니다. 헤밍웨이와는 다르게 하루키는 내용과 결말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이 이야기를 풀어 나갔고 헤밍웨이는 여려 개의 결말을 그려놓고 글을 이어나간다고 했습니다. <노인과 바다>의 버전이 20개가 넘게 있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조금 특이했는데, 첫 단락을 쓰는 데는 몇 달이 걸리지만 그 단란을 쓰고 나면 한 달이면 글이 끝난다고 합니다. 첫 단락만 완성하면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라서 그는 단편보다 장편을 쓰는 걸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에로티시즘은 문학에서 영원한 인기 소재이기도 하지만 논란이 많이 되기도 합니다. 성적 묘사에 대해서도 작가들은 다른 접근법을 보입니다. 우선 자제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사생활을 지키고 싶어서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결국 성행위를 묘사할 때는 더없이 자신의 경험을 묘사하기 때문이라고 말을 합니다. 헨리 밀러는 "나는 만족스럽고 풍요로운 성생활을 누렸는데, 왜 그 부분을 빼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하면서 열심히 표현하고 써 내려갔습니다.



P : 누구에게나 실패가 성공보다 더 지속적으로 찾아옵니다. 비가 많이 오는 곳에서 사는 것과 같지요. 가끔 화창한 날도 있지만 대개 밖에는 비가 내리니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편이 낫습니다. 아무튼 실패는 자기 연민을 낳기 쉬운데 제 경험상 자기 연민은 대단한 생산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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