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By 잭 케루악

by 무무

들국화의 멤버였던 허성욱 님과 전인권 님이 부른 <머리에 꽃을>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형들이 모이면 밤새도록 하는 얘기”라고 시작하는 곡인데, 1967년 우드스탁 공연장에서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꽂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는 소년을 보고 노래합니다. 두 분은 예전에 출판된 책을 읽고 싶은데 구할 수 없어 안타까워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출판된 책들이 아닌 김지하 작가님의 <황톳길>이나 무라카미 류 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같은 금서들을 읽고 싶어 했고 열정적으로 해적판으로 구했으며 이 노래의 모티브가 되었던 이 책을 어렵사리 보게 되었고 모티브가 되어 노래로 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실패한 젊은 작가 샐 파라다이스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딘 모리아티를 만나 여행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들은 뉴욕에서 LA까지 다시 멕시코까지 약 1만 3000㎞를 히치하이킹으로 여행을 합니다. 그 여정에서 두 주인공은 획일화된 일상을 벗어 버리고 자유를 만끽하며 짧지만 강렬한 사랑과 술, 그리고 음악에 빠집니다. 그들은 수많은 삶의 모습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생의 의미를 찾아 헤맵니다. 주류 세계에 가려진 변방의 쓸쓸함, 아직 산업화에 물들지 않은 서부의 고즈넉함을 중간에 만나게 됩니다. 재즈 연주곡이 전개되듯 소설은 그렇게 음악처럼 흘러갑니다. 케루악은 이 책으로 전후 미국의 경직된 가치관에 도전해 부속품이 되기를 거부한 젊은 작가 그룹 <비트 세대>의 상징적 인물이 됩니다. 리바이스 청바지와 에스프레소 커피, 컨버터블 자동차 등등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수많은 로드 무비 등은 여전히 잭 케루악의 각주에 한 부분입니다.


케루악의 책에는 특별한 것이 있는데 세상이 시키는 대로 살면서 부딪히는 권태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미련할 정도의 순수한 도전이 있습니다. 억압되고 모순된 사회에서 모범생이 되느니 아웃사이더가 되고 말겠다는 케루악의 선언은 단순한 선동이나 유행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가치를 찾아 헤맨 아픔의 기록이었습니다. 뉴욕의 한 모임에서 우연히 작가 앨런 긴즈버그와 닐 캐서디 등을 만나 유랑한 생활의 기록이 바로 이 책입니다.


P : 우리는 찌그러진 여행 가방이 다시 인도 위에 쌓였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문제 되지 않았다. 길은 삶이니까.


P : 모든 혼란과 헛소리를 뒤로하고 우리에게 유일하게 고귀한 행위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즉, 움직이는 것. 우리는 움직였다.


P : 오늘 밤은 별이 뜰 것이다, 당신인 신이 곰돌이 푸란 것을 몰랐나? 초원에서는 저녁 별빛이 점점 흐릿해지며 남은 빛을 뿌리고, 이윽고 완전한 밤이 다가와 대지를 축복하고, 모든 강을 검게 물들이고, 산꼭대기를 뒤덮고, 마지막 해변을 껴안을 것이다. 누구도, 누구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다. 버려진 누더기처럼 늙어가는 것밖에 알지 못한다. 그럴 때 나는 딘 모리아티를 생각한다. 끝내 찾아내지 못했던 아버지, 늙은 딘 모리아티도 생각하면서, 딘 모리아티를 생각한다.


이 책은 자유로운 청춘의 텍스트와 같은 책입니다. 지금도 미국 대학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되는 책 중 하나이자 반납이 가장 잘 안 되는 책입니다. 케루악이라는 신비스러운 작가가 3주 만에 써 내려간 구두점도 제대로 안 찍힌 소설이 훗날 타임지나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에 포함될 것을 예상한 사람은 그 당시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케루악은 타자지를 길게 이어 붙인 38m 종이 위에다 커피와 각성제에 취한 채 주술을 풀어놓듯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처음 두루마리 원고를 읽은 편집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이유는 여백도 단락 구분도 없이 기존 소설의 모든 기법을 해체했기 때문입니다. 이 원고는 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여러 출판사를 전전한 끝에 1957년 출간됐고 지금까지 대중은 편집자들이 발견하지 못했던 강렬한 매력을 찾아냈고 결국 문학사는 새롭게 쓰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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