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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ug 19. 2023

은유가 된 독자

 by 알베르토 망구엘

누군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알베르토 망구엘처럼 <독서가>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작가로는 두 번째로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그는 3만여 권의 책이 서재를 가지고 이는 그는 (첫째는 단연 움베르토 에코이며 책 집이 따로 있었으며 8만 권 정도, 그리고 그중에 몇천 권은 돈 주고도 못 살 고전 책도 있다고 합니다.) 망구엘은 출판사에서 번역과 편집을 하면서 책을 쓰고 주변의 요청에 의해 강연도 하는 만능인입니다. 그는 책이나 독서에 관해 많은 책을 저술했지만, 이 책은 독서와 독자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탄생하고 변화해 왔는지를 연구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서양문학의 원류인 성서에서부터 중세 교부철학, 셰익스피어의 <햄릿>,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힙니다.  


서양 문학에서 표현된 독자를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독서를 ‘텍스트를 독파하는 여행’이라고 표현한 성 아우구스티누스처럼 어떤 면에서 책 읽기는 세상에 대한 간접 경험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책을 접하는 이는 비록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어느 순간 지구를 여행하는 순례자의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독서가의 책에 대한 과도한 집중은 부정적 이미지를 낳는다고 경고도 합니다. 질질 끌고 경솔한 인물로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로 표현되는 햄릿은 우유부단한 책상물림의 전형으로 은둔자의 대표적 인물이라고 평합니다. 독자는 때때로 그저 좀 책을 먹어 치우듯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 버리는 책벌레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인간은 단어를 섭취하고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단어가 존재의 수단인 어쩔 수 없이 독서하는 피조물이라고 합니다. 책은 세상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언제나 세상에 존재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P : 전광석화 같은 스크롤과 쓸어 넘기기가 판치는 오늘날, 우리는 천천히, 깊게, 철저히 읽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종이책이 됐든 전자책이 됐든 독서 여행의 목적은 ‘읽은 내용을 알뜰히 챙겨 귀환하는 것‘이다. 그런 독자여야만 진정한 의미의 독자라 할 것이다.


P : 책은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기 전까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양심을 찌른다. 거기까지가 책의 역할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위대하다고 일컫는 텍스트가 모두 그렇듯, 궁극적 이해는 우리의 능력을 벗어난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아무도 모르므로, 그곳을 묘사할 단어가 없다.


개인적으로 생각할게 많아지게 하는 망구엘의 책은 저에게는 아직 어렵게 다가옵니다. 그의 다른 책들을 읽고 낭패를 본 경험이 있어서 멀리 하기도 하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을 수 있어서 종종 찾아보게 됩니다.


그가 말하듯 우리 인간은 세상이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고 간주하는 유일한 종이고 독자 그 자체가 은유가 된다고 말합니다. 또한 책을 읽는 사람은 여행자이자 은둔하는 사람이라고 멋지게 표현하고 있지만 자칫하면 책을 읽고 소화시키지 못하고 클리셰에 빠져 동화되거나 아예 소유욕만 불태우는 벌레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계도 늦추지 않습니다. 언젠가 제가 그렇게 편견이나 아집에 빠지게 된다면 머리가 더 맑은 어느 날 다시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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