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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영혼의 도시 라싸로 가는 길

by 알렉산드라 다비드 넬

작가는 아나키스트이자 문화인류학자이고 언어학자이며 불교학자, 그리고 여행가입니다. 1868년 10월 파리에서 태어난 작가는 1969년 세상을 뜨기 전까지 그 누구도 몰랐던 미지의 정신세계를 탐험하고 연구하는데 열정을 쏟았습디다. 혁명가였던 아버지와 엄격한 가톨릭교도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독서와 명상 그리고 철학에 심취하였습니다. 프랑스 전국을 자전거로 일주한 최초의 여성 가운데 한 사람이었고, 소르본 대학에서 동양 언어를 배우면서 오페라 프리마돈나를 맡는 등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합니다. 그녀는 아시아를 거쳐 북아프리카를 여행하던 중에 철도기술자 필립 넬을 만나 36살에 결혼했지만 다시 인도로 건너가 산스크리트어와 티베트어에 심취하며 구도의 길에 나섭니다. 이방인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았던 금단의 땅 티베트로의 여행을 시도하였고, 힘든 여정 끝에 마침내 영혼의 도시 라싸에 들어갑니다. 당시만 해도 티베트는 외부세계와 교류가 없던 터라 10여 년에 걸친 5번의 시도 끝에 그녀가 여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파리 센 강변에 모여 살던 지식인과 예술가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 이 책과 <티베트 마법의 서>입니다. 이 두 권의 책은 유럽인들에게 처음으로 티베트를 알린 책이자 티베트에 대한 영원한 스테디셀러가 됩니다. 프랑스로 돌아온 후에는 디뉴라는 소도시에 <명상의 집> 이란 집을 짓고 살면서 그동안의 여행과 연구를 정리하는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하는 한편, 티베트 경전 번역에 힘을 씁니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의 소유자였던 그녀는 82살이 되던 해의 겨울에 해발 2240미터의 알프스 산에서 캠핑을 즐겼으며 102살에 죽기 직전에도 티베트 방문 계획을 세우고 여권 발급까지 받을 정도로 건강하고 열정적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그녀의 티베트 여행기입니다. 고단하고도 흥미로운 여정뿐 아니라 티베트의 독특한 풍습과 신앙도 세세히 담겨있습니다. 또한 티베트 문화 속에 배어 있는 신비적 요소를 서양의 시각으로 비판하려는 알렉산드라와 그녀를 동반했던 티베트 청년 용덴의 시각차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P : 나는 그 노인에게 어렸을 때부터 믿어온 신앙을 떠올려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생에서의 남은 삶에 연연하기보다는 순례 길에서 죽은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첸레지의 땅(눕 데와 첸, 즉 인간 세계에서 서쪽으로 10만억 국토를 지난 곳에 있다는 극락-지은이)에서 누리게 될 행복한 재생을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 거기서는 몇천 년 동안이나 평안하고 행복한 윤회를 거듭할 것이며, 정신이 깨달음의 최고 경지에 도달하면 더 이상은 삶도 죽음도 없는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고.     


P : 화가라면 이 티베트 농가의 멋진 경치를 소재로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색빛이 나는 커다란 바위를 배경으로 황금빛 이파리를 달고 있는 나무들과 농가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 모습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집 앞에는 맑고 투명한 살윈 강이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는데, 가장자리에 살짝 얼어붙은 살얼음이 마치 강을 장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껏 이곳까지 들어와서 지금 내 발 밑을 흐르고 있는 이 강물을 본 서양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황량한 불모지대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높이 솟아 있는 거대한 절벽 사이를 구불구불 흐르고 있는 이 살윈 강의 모습을 말이다.          



여성의 여행은 바로 그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영웅호걸을 따르거나 민족의 대이동을 따라 간 이전의 여행들은 대개 정복의 목적을 가진 것들인데 비해 그녀의 여행은 버리고 사는 삶의 자유와 그것의 고귀함을 깨닫는 작업이었습니다. 엄청난 일을 해낸 이 여성은 굉장히 유쾌했다고도 합니다. 예로 들면 변장을 자주 했는데 탁발 순례를 나선 시골노파 행세를 하며 3000킬로미터나 되는 먼 길을 걸어서 여행을 하고 ‘직 메 날졸마 가’(나는 두려움을 모르는 여성 수행자) 라며 큰소리로 외치며 티베트 사람들과 웃으면서 여행길을 다녔다고 합니다. 후에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진정한 모습을 유일하게 기억하는 그녀의 업적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두 차례나 그녀의 거처를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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