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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이 밤과 서쪽으로

by 베릴 마크햄

이 책의 여정은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1936년까지 30여 년간 아프리카에서 보낸 삶을 각각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1902년 영국에서 태어나 5살이 되던 때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의 케냐로 이주하게 되었고 아버지를 도와 말을 훈련시키면서 16살이 될 때까지 말과 함께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가뭄으로 농장은 망하고 아버지는 페루로 돌아갔고 저자는 홀로 아프리카에 남았는데, 그때가 고작 16살 정도였으니 얼마나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떠난 다음 해에 말 한 마리와 함께 홀로 길을 떠납니다. 아버지에게 배운 경주마 조련 일을 시작해 여성 최초로 경주마 조련사 자격증을 따고 약체였던 말을 우승으로도 이끌었습니다. 홀로 된 이후에는 말 조련사이면서 아프리카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비행사가 됩니다. 이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에 매혹된 그녀는 아프리카 최초 여성 조종사가 되었고 한때 작가이자 비행사였던 생텍쥐페리의 연인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남긴 유일한 기록이자 아프리카에서 겪은 일들을 담은 책입니다. 여성에게 허락되는 것이 별로 없었던 그 시절에 그녀의 삶은 여성 최초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떠한 투쟁의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과감히 도전하고 마음껏 즐긴 결과라는 점이 더 매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모든 문체마다 생동감이 넘쳐 흘렸고 특히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자연을 다룬 묘사가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베릴 마크햄을 따라 경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 세렝게티 대평원을 누비는 기분이 들었고 야간비행을 할 때는 고요한 가운데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생각에 빠지게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잊고 있었던 어릴 적 문학을 읽을 때처럼 감성이 묻어 나온 책이었습니다.     



P : 기억을 순서대로 불러낸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P : 단어 하나가 생각으로 자라난다. 생각은 발상이 되고, 발상은 행동을 이끌어낸다. 그 변화는 느리다. 현재는 내일이 갖고자 하는 길에서 굼벵이처럼 빈둥거리는 여행자다.          



76년간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에세이의 고전으로 일컫는 이 책은 1942년 출간되자마자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은 것과는 다르게,  제2차 세계대전으로 대중들에게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헤밍웨이가 그녀의 책에 대한 극찬을 담은 편지로 인해 주목받게 되면서 시간이 한참 흐른 2004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어드벤처> 선정 최고의 어드벤처 북 100권 중 8위에 오를 만큼 아직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 우리에게 남았습니다. 출간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렇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대자연을 품고 삶을 성찰하는 문장이 작가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려주고 내면을 되돌아보게 하는 여행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세상에 찌든 우리들을 잠시나마 순수하게 만들어주면서 언제라도 손에 붙들고 읽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그녀를 통해 저는 꼭 최초이지 않아도 괜찮고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고 그것 또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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