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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 시 전집

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

제가 이 작가를 알게 된 건 파울로 코엘료의 <오자히르>를 읽고 나서였습니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코엘료의 인터뷰를 찾아보았고, 코엘료가 언급했던 카바피스를 처음 알게 되었고, 어떤 시인이길래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것일지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이라는 책에서 카바피스의 시가 몇 편이나 인용되었고, 존 쿳시에게는 <야만인을 기다리며>의 동명의 작품으로 쓰여지는 등,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감들을 주었습니다.     


카바피스는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영국에서 유년, 청년기를 보낸 후 콘스탄티노플에서 5년 정도 지냈습니다. 22세에 고향 알렉산드리아로 돌아온 뒤 그곳에서 평생 머물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국과 그리스 이중 국적이었던 카바피스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영국 국적을 포기했습니다. 당시 이집트가 영국 치하에 있던 상황에서 영국 국적을 포기하고 그리스 국적을 택하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테지만, 카바피스는 자신의 정신적 뿌리를 부정하지 않는 선택을 하였습니다. 그는 영국에서 접한 유럽 문학의 흐름과 콘스탄티노플에서 흡수한 비잔틴 전통을 작품으로 녹여내서 시를 쓰고 싶은 그리스인이었습니다. 


         

이타카      


네가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라이스트리콘과 키클롭스

포세이돈의 진노를 두려워 마라 

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엄한 감동이 깃들면 

그들은 네 길을 가로막지 못하리니 

네가 그들을 영혼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앞세우지 않으면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와 사나운 포세이돈 

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으리. 

기도하라, 네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크나큰 즐거움과 크나큰 기쁨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설 때까지 

네가 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없이 많으니 

페니키아 시장에서 잠시길을 멈춰 

어여쁜 물건들을 사거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인 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이집트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가 

현자들에게 배우고 또 배우라.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 주길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너에게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특히 이 시는 호머의 서사시 <오뒷세이아>의 영향을 받아서 쓴 시였고, 많은 문화 예술인들에게 영감과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하현우 씨도 그의 시를 읽고 항상 마음에 담아왔던 이타카를 다녀온 후 앨범을 냈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습니다. 조금은 생소한 형식과 리듬으로 읽기 불편했는데(번역의 한계라고 착각했었습니다), 책을 덮고 다시 문장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그의 아름다운 시를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오르한 파묵이 사랑하고 그리스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조지 세페리스가 왜 찬사를 보냈는지 아름다운 시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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