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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우리 별을 먹자

by 나나오 사카키

낙엽이 지는 거리의 바스락거리는 소리, 외로움을 가득 안고 있을 것만 같은 가을바람에는 왠지 시가 어울릴 것 같아 추위가 오기 전에 시집을 읽고 싶었습니다. 처음 보는 작가의 책은 늘 설레게 하면서도 조심스럽습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시인의 시집을 서점에서 만나고 처음 시작하는 문장을 만날 때만큼은 진지하게 음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원점에서 출발해서 하나의 깨우침을 얻어가겠지 싶은 마음과 그 여정을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처음 그의 시를 마주쳤을 때 자연 친화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작가의 소개 글에서 그가 월든의 소로우 같은 삶을 살았다는 문구를 발견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차이점을 꼽자면 방랑자와 정착민의 차이일 뿐 가치관은 일치하였습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콘크리트 더미가 아닌 자연으로 회귀해야 할 존재라는 것을 알고서 실천하는 작가였습니다. 저자는 이미 10세 때 이미 장래 희망을 시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그에게 시를 쓰는 일은 태어나면서 짊어지고 나온 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 시인은 늘 시를 "우리를 꿈꾸게 하는 꿈이 있다."라고 말하며 써왔습니다. 그는 실제로 꿈을 꾸게 하는 꿈을 찾아 행동으로 나섰습니다.      


저자의 시는 시를 태어나게 하는 시였습니다. 그의 시가 본질과 대화하기 때문인데 이는 시가 핵심으로 직통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인간, 생명, 자연, 지구, 우주를 거대하면서도 정밀한 스케일로 시인은 시어로서 재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시인은 시간과 공간의 크기를 남다르게 표현하여 7분에서 700년, 7억 년, 7억 광년으로 확장시키며 공간 역시 100억 광년으로 확대하는 우주를 담아냅니다. 큰 시공간을 담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몸 안으로 마음 안쪽으로 들어오는 시를 써왔으며 저로 하여금 웅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소박하고 단순한 어휘와 자유로운 리듬, 하이쿠를 현대화한 그의 시는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간혹 예리한 비판의식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순수한 동심입니다. 평생 이 순수함을 간직한 채 시인, 노숙자, 여행자, 가수, 생태주의자로서 살았던 저자는 배낭 하나를 유품으로 남기고 지구별을 떠났습니다.          



7     


비 내려 젖지 않는 것 없다

바람 불어 흩날리지 않는 것 없다

입 있고 먹지 못할 게 없다

손 있고 일하지 못할 게 없다

다리 있고 걷지 못할 곳 없다

목소리 있고 노래 못할 게 없다

마음 있고 춤추자 못할 리 없다     



노래하는 현장에서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항상 목격되던 사람이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그가 일본열도를 종단하고 북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했다 말하고, 알래스카 빙하, 멕시코 사막, 호주 태즈메이니아 원생림, 로키 산맥 3천 미터 동굴 안에서 그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저자는 집을 소유하지 않고 돈을 벌지 않고 가정도 만들지 않고 돌아갈 고향도 없이 시와 여행을 살아간 시인이었습니다. 2000년 무렵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히라가나로 표기하기 시작했고, 일본의 카운터컬처의 최선봉이자 히피 운동의 핵이 되는 부족을 조직하는데 참가하기도 한 그는 게리 스나이더, 앨런 긴즈버그, 조지아 오키프와 교류했고 시집이 17개국에 번역되었습니다. 언론을 꺼렸던 까닭에 오히려 일본에서는 덜 유명해 그의 부고가 단 한 매체 아사히신문에 일곱 줄로 전해졌을 정도입니다. 유언대로 태평양에 뿌려진 그의 영혼은 조류를 타고 지구 생태계 안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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