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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필립 라킨 시 전집

by 필립 라킨

2008년 타임스에서 영국의 가장 위대한 전후 작가는 누구인가 라는 제목으로 여러 작가들이 언급되었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머릿속으로 지나갔고 아무래도 조지 오웰이지 않을까 미리 예측을 하며 읽었는데 예상을 깨고 처음으로 들어보는 작가가 1위를 차지해서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웰은 2등을 차지하였습니다.) T.S. 엘리엇에 이은 20세기 영국 최고의 시인이라는 이야기가 각인이 되어 찾아보게 되었고 아쉽지만 국내에는 그의 작품이 많이 번역되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시인이다 보니 번역의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라킨은 평생 독신으로 대학 도서관 사서로 살며 단 4권의 시집만을 냈습니다.(찾아보니 산문집도 2권을 냈습니다.) 죽기 1년 전에는 영국 왕실이 영국의 가장 명예로운 시인에게 내리는 계관시인 자리를 제의하였으나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시는 사소한 일상에서 포착한 삶의 허무를 솔직 담백하게 그려 전후 영국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모더니즘 시의 완성자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작품이 간결해 보이지만 빼어난 원문을 같이 읽어보면 복잡한 경험과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라킨은 자신의 시 창작 원칙을 1956년에 있었던 한 회견에서 밝힌 바 있는데 이 회견에서 자신은 자기가 보고 생각하고 느낀 바를 자신의 시작에 있어서 최우선적인 의무는 자신의 경험에 충실하는 데에 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시 창작 원칙은 근본적으로는 영국 철학사상의 중심으로 경험주의에 입각해서 쓰였다고 합니다. 철저히 자신의 경험에 충실하되 자신의 상상력을 첨가하여 보통의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것을 썼다고 말했으며 그 결과로 그의 시는 흔히 일반적인 통념으로 영원, 행복, 슬픔을 대변하는 사랑, 결혼, 이별 등이 인간의 삶 자체가 그러하듯이 환상이 아닌 우리 곁에 있다고 말을 합니다.        


아침의 시    


나무들이 잎을 꺼내고 있다

무언가 말하려는 것처럼 새로 난 싹들이 긴장을 풀고 퍼져나간다. 그 푸르름에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있다. 나무들은 다시 태어나느데 우리는 늙기 때문일까? 아니다, 나무들도 죽는다. 해마다 새로워 보이는 비결은 나무의 나이테에 적혀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매년 오월이면 있는 힘껏 무성해진 숲은 끊임없이 살랑거린다. 작년은 죽었다고 나무들은 말하는 듯하다 새롭게 시작하라고, 새롭게, 새롭게.



이 책은 그의 시 전집이 담겨 있습니다. 영어에서 번역한 시여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래도 번역본이 나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읽게 되었고 저는 원문을 같이 찾아가며 읽는 수고로움을 동행했지만 번역은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습니다. 영어 원문이 어떻게 쓰였는지 그리고 한글로 읽을 때는 그 느낌이 살아나지 않을 정도로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부분에 행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단어가 잘리거나 은/는/이/가에 해당하는 조사로 행이 시작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도 그대로 옮겨져 있습니다. 한 편 한 편 읽어 가면서 그런 부분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번역가님이 이 책을 5년 가까이 매달린 수고로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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