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무 Jul 19. 2023

다시 쓸 수 있을까

by 테오도르 칼리파티데스

그리스 태생의 스웨덴 작가는 77세가 되고 나서 약 40권의 책을 출판한 뒤, ‘이제는 은퇴할 때다.’라고 결심을 합니다. 이 책은 그 주장을 스스로 번복하는 내용의 에세이입니다. 정신적 에너지 소진이 되었다고 생각한 작가가  평생 글과는 떨어져 산적이 없던, 특히 글 쓰는 일은 자기 정체성과 맞닿아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 일을 그만두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 후지게 쓰는 것이 두려웠다.”라고 작가는 고백을 합니다.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도 사람인지라 자기가 원하는 글을 쓸 수가 없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이 만족하는 최고의 글이 나올 거라는 보장도 없는 그 결과물을 바라보고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거울로 자기를 바라보면 조만간 헤까닥 돌아버릴 사람의 얼굴처럼 보였다.”라고 까지 책에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는 결심합니다. “팔짱을 끼고 달걀이 삶아지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결론 내리지 말자.”, “끊임없이 읽고 써야 한다.”, “진열창이 보이는 대로 무작정 들어가지 말고 물러서는 법도 익혀야 한다.”라며 자신을 다그치고 다그쳐서 그의 마지막 작품을, 자신의 심정을 고백하는 책을 이렇게 내놓게 됩니다. 작가는 이 글을 50년 만에 자신의 모국어인 그리스어로 씁니다.           



P : 내가 스물다섯 살이었을 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스로에게 물어봤었다. 대답은 ‘떠나라’였다. 그래서 떠났다. 일흔다섯 살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똑같은 질문을 앞에 두고 있었다. “나의 여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제는 이런 대답이 머릿속에 자주 맴돌았다. “돌아가라.”     



나이가 든 작가의 회한과 괴로운 고민을 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우울함 보다는 낙관에 가까웠습니다. 불만에 차 있을지언정 비관적인 쪽은 아닌 그의 다양한 만남과 길 안내 속에서 저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시야를 하나 더 얻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책에 나온 한 단어가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 단어는 ‘후지게’였습니다. 그 단어는 과거의 저를 회상하게 만들었습니다. 한때 저는 실패에 대한 좌절감에 ‘내가 왜 실패했는지, 왜 싫은지, 왜 할 수 없었는지, 왜 구린 인간인지’ 이와 같은 생각을 혼자 노트에 적어가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저는 망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짧은 문장을 만났습니다. “상처받을 각오가 되었는가?”였습니다. 


저에게는 만족할 만한 어떠한 것이라고 해도, 그 결과물이 다른 사람을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까이는 일에 익숙해져야 하기에 저는 상처받을 준비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연한 기회에 접한 그 문장 하나에 힘을 얻어 다시 일을 시작한 경험이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린 아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