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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코끼리를 쏘다

by 조지 오웰

국내에서는 <동물농장>이나 <1984>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오웰은 소설보다 그가 쓴 산문이나 신문 기사가 더 유명한 작가입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확실히 그가 바라보는 시선은 늘 날카로웠고 정확했으며 돌려서 또는 은유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소설보다는 에세이나 신문 사설과 같은 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의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워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그런 오웰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2003년) 산문 25편을 골라 모은 책입니다. 이 선집은 지적공산주의는 물론 자본주의도 부정하고 진정한 자유주의를 추구했던 작가의 진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식민지에서 근무한 제국주의 영국의 경찰로, 유럽의 빈민으로 살며 오웰이 보고 느꼈던 사회의 모순, 인간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엿볼 수 있습니다. 문학의 참여를 주장했던 그가 글을 쓰는 이유도 담겨 있어서 참으로 의미 있던 책이었습니다. 오웰은 사형장으로 가는 원주민 죄수가 곧 처형될 것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 신발이 물에 젖지 않도록 발걸음을 옆으로 옮기는 것을 보면서(교수형) ‘그와 우리는 함께 걷고 똑같은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고 이해하는 일행’이라고 썼습니다. 표제 산문 역시 버마의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난동을 부리다가 잠잠해진 코끼리 앞에서 꼭 죽여야 할 이유가 없는 데도 현지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총을 집어 들었던 상황을 겪으며 그는 “나를 위시해 동양에 와 있는 모든 백인들의 생활은 원주민들의 비웃음을 사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원주민이든 점령자든 누구나 제국주의의 피해자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피지배자들이 입는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배국 시민(백인경찰)에게 지워진 부당한 의무(코끼리 살해)를 통해 제국주의는 결국 누구에게나 고통을 야기할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P : 나는 불행한 결말을 가지고, 상세한 묘사와 인상적인 직유로 가득 차고, 또 말이 부분적으로 소리 그 자체를 위해 사용되는 화려한 문장의 거창한 자연주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          



오웰은 정치적 목적을 갖지 않는 문학에는 생명이 없다고 늘 말해왔습니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나는 글을 쓰는 동기 중 어떤 것이 나에게 가장 강하게 작용했는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들 중 어떤 것을 추구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 돌이켜보건대, 정치적 목적이 결여된 곳에서 내가 한결 같이 화려한 문체, 의미 없는 문장, 쓸모없는 장식적 형용사 등에 유혹당한 생명 없는 소설을 썼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라고 <나는 왜 쓰는가>에서 밝힌 적이 있습니다. 오웰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가 글을 쓰는 이유는 “전체주의에 반대하고 민주적 사회주의를 옹호하기 위한”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의 글쓰기가 이런 나침반을 갖게 된 것은 군국주의와 사회주의의 정면충돌로 요약할 수 있는 스페인 내전(1936∼39)과 비슷한 시기, 스탈린의 숙청 이후입니다. 오웰은 군국주의건 공산주의건 전체주의로 인간성을 말살하는 체제에 거부감을 표시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념으로 따지자면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쪽이었다고 말을 하지만 제가 보는 그는 이념보다는 사회의 문제를 반하는 모든 체제나 이념을 거부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오웰은 늘 낡은 스웨터나 셔츠에 꼭 끼는 재킷을 입은 노동자 차림으로 꼭 직접 만 담배만 피웠습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얼굴에 추호의 감정 표현도, 주변에 친구도 없던 매우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전업 작가로 나서기 전까지 식민지 버마에서 경찰을 할 때의 체험을 적은 이 책은 그가 인간 차별의 모순을 얼마나 절절히 느끼고 있었던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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