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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꿈같은 삶의 기록

by 프란츠 카프카

불안, 소외, 좌절 등을 의미하는 <카프카에스크>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는 카프카의 작품세계에서 유래가 되었는데, 작가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의미하는 단어가 생길 만큼 카프카는 세계의 문학 연구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은 작가이며, 오늘날까지 그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기존에 발간됐던 편집본이 아닌 새롭게 찾은 카프카의 글 원본이며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글도 있습니다.


카프카가 남긴 잠언과 미완성 작품들을 수록한 이 책은 1897년에서 카프카가 사망했던 1924년까지의 글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좋았던 거는 카프카 생전에 미발간 됐던 모은 글들이 많은데, 미완성 소설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와 산문 <사냥꾼 그라쿠스> 외에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시 <오고 감>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또 카프카가 글을 쓸 때 첨삭한 흔적들을 보여주고 있어 카프카의 잠언들에 대해 기존과 다른 해석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문학 자체를 존재의 이유로 여겼던 카프카는 자신의 작품에 매우 엄격했습니다. 그가 사망 후 유언에서 “이미 인쇄된 작품을 제외한 모든 유고 작품을 읽지 말고 태우라.”라고 남겼지만 카프카의 작품을 높게 평가한 동료작가 막스 브로트는 당시 그 유언을 따르지 않고 원고를 직접 편집, 출간해 카프카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는 1925년 <소송>을 슈미데 출판사에서 출판하기 시작해 이후 1946년 미국 쇼켄 출판사에서 <카프카 전집>을 발간했습니다. 그러나 카프카의 원고가 온전히 보전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대인인 카프카의 작품은 나치당국에 의해 발간이 금지됐으며 원고의 행방도 묘연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브로트본 카프카 전집>만이 남아있었고, 많은 문학연구자들은 그의 작품이 어딘가에는 더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었습니다.      


1961년에 카프카의 가족이 보관해 온 원고가 세상에 나옴에 따라 <브로트본>의 오류가 지적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카프카 비판본 카프카 전집>이 1982년부터 발간됐습니다. 실제로 브로트는 원고를 편집하면서 소설 <실종자>를  <아메리카>로 제목을 잘못 붙이거나 카프카의 독특한 표현들을 문법에 맞춰 고친 흔적들이 발견되며 통례적인 독서과정을 방해하는 모순적 구조를 지닌 카프카 텍스트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라고 학계에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다행히 <카프카 비판본>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가 되는 것입니다.      


P : 악은 선에 대해 알지만, 선은 악에 대해 모른다.     


P : 악은 한 번 받아들여지고 나면, 더 이상 사람들에게 자신을 믿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P : 오고 감이 있다. 그러나 헤어짐은 있으되, 재회는 흔치 않다.     



철저히 문학만을 위해 살았던 그는 문학에 대한 욕망 이외 모든 것에 금욕했습니다. 평생 독신으로 지냈으며 채식주의자였고, 그 어떤 현실적인 문제에도 휘둘리지 않고 완벽한 문학적 관찰자로 일생을 살았습니다. 카프카는 또 자신이 문학을 했다는 사실 그 자체에만 만족했습니다. 이런 자신의 구도자적인 삶에 대해 어느 날 일기에 “물의 흐름을 알고, 그런 까닭에 흐름을 거슬러서 헤엄친다. 흐름을 거슬러서 흘러가는 것이 즐거워서 헤엄을 친다.”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아프고 힘들지만 남과 함께 세파에 흘러가버리지 않는 것이 카프카다운 삶의 철학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더욱 놀라운 건 카프카가 죽기 얼마 직전까지 보험국 관리로 일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골방에 처박혀 모든 것을 바친 것이 아니라 세상에 부대끼면서 외로운 문학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카프카는 더욱 위대했습니다.     


아직 제목을 얻지 못한 그의 미완성 초고 한 편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레인코트의 찢어진 조각, 모자의 앞쪽 차양, 이리저리 신속하게 흩뿌리는 비”.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인간은 영원히 늙지 않는다고 믿었던 카프카의 예술혼은 저에게는 지금도 숙제처럼 남아 있습니다. “한 권의 책, 그것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하네.” 저에게 책을 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었던 작가는 카프카였습니다. 저에게 끊임없이 자유롭기 위해서 생각하는 기술을 배워서 익혀야 한다고 말하고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사유를 깊이 있게 정립하는 일은 주어진 시대적 요구라고 각성시켜 준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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