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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죽을 때 추억하는 것

by 코리 테일러

가슴 아픈 편지가 저에게는 두 통이 있습니다. 둘 다 사랑하는 사람의 편지이기에 지금껏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둘 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사람이고 마지막 순간에 저에게 준 그 편지가 저에게는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저를 위해 마지막 순간에 시간을 할애해 보여준 사랑을 잊지 않기 위해 가끔은 저도 그 편지를 다시 열어보고 마음을 다잡고 합니다.      


이 책은 저에게 그러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습니다. 우선 작가는 죽음에 대해 고민이 시작된 이유는 그토록 사랑했고 자랑스러웠던 어머니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나 존엄성도 없이 치매로 무너지는 모습이 저자에게는 매우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자는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좋은 죽음”에 대한 열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호주 소설가로 뇌종양을 투병하던 중 죽음을 앞두고 쓴 회고록입니다. 그녀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죽음을 주제로 전국 각지에서 접수된 가장 많은 질문 12개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질문들은 버킷 리스트가 있는지, 내세를 믿는지, 무엇을 가장 후회하는지와 같은, 그 자신 스스로 오랫동안 묻고 생각했던 것들입니다. 작가는 죽음이란 아주 외롭고 아무도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되뇌며 그 앞에서조차 매일 새로운 아침과 희망을 갖기도 한다고 삶에 대한 진실한 애착을 보여줍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죽음 앞에 설 미래의 누군가들을 위해 삶의 달콤함이 사라져 공허감만이 남아있을 때 삶의 추억들을 통해 새롭게 부여되는 삶의 이야기들이 들려지고 그 의미들을 쫓는 여정에서 이내 위로를 되찾게 된다고 합니다. 심지어 불행했던 기억조차 애정 어린 추억담으로 재생된다는 저자의 진솔한 문장들을 읽다 보면 과연 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무엇을 추억하고 기억하게 될지, 더 나아가 내 앞에 놓인 삶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특히 어린 시절과 가족들을 유독 기억에 떠올리는데 작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가슴 아팠던 건 끝까지 화해하지 못한 가족에 대한 회상 부분이었는데 이 모습도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습니다.      


저자는 죽는 것도 무섭고 두렵지만 자신처럼 종교가 없는 사람은 곧장 지옥행이라는 종교계의 차별적 논리에 대해 의구심을 품습니다. 또한 병원 한 구석에서 죽음이 어떻게 치부되는지, 말기 암환자에게 임상 치료만 말할 뿐 생의 이별과 관련한 죽음에 관해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된 의료계 현실에도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습니다. 애쓰고 소중하게 살아온 인생을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서둘러 매장되거나 화장장으로 사라져야 하는 불편한 죽음 의례나 의식에 대해 설득력 강한 물음을 던집니다.



P : 그래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죽음은 자연스러운 일상이란 걸 잘 아는 데도 우리는 ‘죽음을 한 곳에 치워 두고, 삶에서 지워 버리려 했고, 감추려고 애썼다.’ 우리에 게 죽음은 괴물 같은 침묵이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책이 아니다. 언젠가 그런 상황과 맞닥트렸을 때 한없이 외로워질 누군가를 위해 썼다. 적어도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를, 그리고 견딜 만한 죽음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견딜만한 죽음을 만들기 위해 준비된 이 책은 4기 흑색종이라는 암으로 이젠 그녀가 남긴 글로만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의 문 앞에 선 자로서의 그 절박성이 느껴지는 이 책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마지막 기록>이라는 부제처럼 다가온 어찌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삶의 기분이란 어떤 것인지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후회하고 추억하게 되는지 그리고 자신과 가족들의 갈등과 실패의 고백과 같은 진솔한 이야기가 특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출판된 직후 2016년 7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러한 문장을 앞에 두었을 때 숙연함에 그저 책에서 잠시 눈을 돌리게 하기도 했고 그것이 애틋한 호소가 되어 괜스레 마음이 진정되지 않기도 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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