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무 Jul 28. 2023

인간실격

by 다자이 오사무

다자이 오사무는 대지주의 열 번째 아이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중의원까지 지내면서 늘 바빴고 어머니는 몸이 안 좋았기에 거의 유모의 손에 자라난 그는 글에서 느껴지듯이 너무나 섬세하면서도 감수성이 풍부했던 아이로 자라납니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것에 대한 죄책감과 아버지가 쌓아 올린 부가 고리대금업으로 벌어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심한 자기혐오를 가지게 됩니다.



P : 나는 19살 먹은 고교생이었다. 반에서 나 혼자만 두드러지게 사치스러운 옷을 하고 있었다.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그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고 꿈이라는 것을 꾸게 해 준 것은 문학이었습니다. 이미 중학교 때부터 계간지를 창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오사무는 고교 졸업 후에는 프랑스 문학을 전공합니다. 학업을 하면서도 대학동기들과 교류를 하지 못했고 학업에도 집중하지 못한 그는 방황을 하다 공산주의에 빠져들게 됩니다. 아무래도 콤플렉스가 되어버린 자신의 집안에 대한 죄의식이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마르크스주의가 그에게는 한줄기 빛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활동했지만 집안에서 그의 행동을 알고 모든 금전적인 지원을 끊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그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그는 다시 한번 자기혐오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후 그는 글을 쓰는 일에만 몰두합니다.


글을 쓰면서 한 가지 목표를 가지게 되는데 그것은 그가 존경하던 작가의 이름을 딴 아쿠타가와 상에 도전을 하면서 <역행>이라는 소설로 최종후보에는 오르지만 아쉽게도 차석에 그치게 됩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당시 심사위원이던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그의 글이 훌륭하지만 아직 다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평을 내놓았고 다자이는 새나 키우고 포르노 같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자존심을 지킵니다. 하지만 이 자존심도 3번째 도전하는 같은 문학상에서 제발 자신에게 상을 달라며 편지를 쓰게 되었고 주최 측은 후보작에 올랐던 작가에게는 수여를 못한다는 이유로 거절하게 됩니다.



P 첫 문장 :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좌절의 끝에 나온 것이 이 책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주인공 요조는 위선과 가식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삶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가족들에게서 마저 그는 유대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아주 친하다고 생각하는 주변 지인들에게서까지 그는 어색함을 느낍니다. 결국에는 수긍할 만하게 자신을 정의하는데 그저 자신은 조금 다르다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잘 어울리기 위해 그는 과장된 몸짓과 행동으로 익살꾼으로 살아갑니다. 자신의 본모습인 진중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면 깊은 관계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부담스럽고 두려움마저 느낍니다. 타인에게 실망할까 두렵고 상처받을까 걱정하는 요조의 모습에서 우리는 낯설지 않은 우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P :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나오고 일본에서는 자기 합리화를 위한 책이었다고 비판을 받았습니다. 읽고 있으면 제 내면 깊숙하게 박혀있는 어둡고도 나약한 감정이 드러나서 조금은 두려웠던 책이고 작가이지만 무서울 정도로 솔직한 작가의 고백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신이 인간이길 실격했다고 고백하면서도 자신의 안에서는 그 누구보다 인간이길 바랐던 한 사람의 인생을, 섬세하면서도 아름답고 약간은 반항적인 한 사람을 알게 되었던 책이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