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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ug 03. 2023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by 다이 시지에

영화와 책이 가장 흡사하게 표현된 몇 안 되는 작품을 뽑으라면 저는 이 책을(영화를) 추천을 드립니다. 작가의 위트가 영화와 책에서 동시에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경외심을 두 작품 모두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작품 모두에서 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었고, 저뿐만이 아니라 직접 마주했던 사람들에게서 책에 대한 동경과 찬사를 담았다고 느낄 정도로 모두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문화 대혁명을 실제로 겪고 쓴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젊은 지식인들(고등학교 학생들)이라고 정부에서 칭하고 이들 모두 시골로 돌려보내 재교육을 받아야만 했던 시절로 돌아갑니다. 소위 잘 사는 집 아들 둘은(부모님이 치과의사) ‘하늘 긴 꼬리닭’이라는 산골로 들어가게 됩니다. 아니, 추방당한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습니다. 말이 재교육이지 사실상 그들은 똥지게를 나르며 석탄을 캐는 일을 하며 촌장의 감시를 받는 생활을 합니다. 그들에게는 언제 교육이 끝날지 모르는 희망 없는 삶을 살게 이어 가는데, 문명이 없는 곳에서 유일한 문명의 소재는 그와 함께 온 바이올린으로 모차르트 같은 명곡을 연주하며 마음을 달래는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에게 중요한 만남이 두 가지가 일어납니다. 하나는 금지된 서양문학과의 만남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바느질하는 소녀와의 애틋한 사랑이었습니다. 마오쩌둥의 '붉은 어록' 이외에는 거의 모든 책이 금서로 여겨지던 당시에 소년들은 발자크와 플로베르, 도스토예프스키, 스탕달,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 등의 작품들을 읽으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됩니다. 바느질하는 아리따운 소녀 역시 두 소년이 읽어준 발자크의 소설에 빠지게 되면서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입니다.



P : “모차르트는 언제나 마오 주석을 생각한다는 겁니다.” 얼마나 대담한 말인가! 하지만 그 대담함이 효력을 발휘했다. 마치 무슨 기적적인 얘기라도 들은 듯이 위협적이던 촌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기쁨의 미소를 짓느라 눈가에 주름까지 생겼다.


P : 그 책이 있었다면 바느질 처녀에게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줬을 거야. 그러면 그 애는 더 세련되고 교양 있는 여자가 됐을 테지. 발자크는 그 애의 머리에 보이지 않는 손을 올려놓은 진짜 마법사야. 그 애는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몽상에 잠긴 채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지. 그러고는 네 점퍼를 자기가 입었어. 꽤 어울리더군, 그 애는 자신의 살갗에 닿는 발자크의 말들이 행복과 지성을 갖다 줄 거라고 말했어.


P : 발자크 때문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는 거야. 여자의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을 만큼 값진 보물이라는 걸.



발자크의 소설들을 통해 마오쩌둥과 중국 사회가 감추려 했던 세계의 모습과 인간 본성을 발견합니다. 비록 주인공과 뤄는 재교육에 발목이 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바느질하는 소녀는 자유롭게 떠납니다. 발자크식 교육으로 자신은 아름답고 더 아름다울 수 있기 때문에 떠난 그녀에게 감정이 이입이 되면서 응원하게 되었던 책입니다. 나에게도 과연 그 소녀처럼 인생을 바꿀만한 책이 있었을까라고 묻게 되는 책입니다. 또 책을 사랑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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