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무 Aug 08. 2023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by 아폴로도로스/ 천병희 번역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 지인들에게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제대로 된 답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다가 이제는 이 책 한 권으로 추천을 드립니다. 그리스 신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책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에 대한 대답을 이 책을 소개하면서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한 번은 읽었던 사람으로 감히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선 이 책은 비블리오 테케(Βιβλιοθήκη)입니다. 비블리오 테케는 오래전부터 말로만 전해 오는 흩어져 있던 신화들을 여러 책에서 뽑아 정리, 분류해 놓은 요약 안내서입니다. 실질적으로 사전에 가까운 이야기 모음집입니다. 아폴로도로스라는 저자가 2세기경 이야기들을 모아서 신화의 여섯 영웅의 가계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하였는데, 이 책은 그 원본을 그대로 번역한 책입니다. 심지어 모든 글을 한글로 읽기 쉽게 써놓았기에 충분한 가이드라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입문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이만한 책은 없다고 저는 자부합니다.      


물론 비블리오 테케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그리스의 창조적 영감을 고갈시켰다고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구전되어 오던 신화를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의 서사시로 정형화되고 기록되면서 더 이상 시대나 상황에 맞춰 변형되지 못하고 유연성을 잃기 시작하였습니다. 신화는 그저 신기하고 재밌는 이야기로 치부되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이렇게 수집되고 기록하고 정리가 되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분들이 그리스 신화를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부분 그리스 신화의 책들은 토마스 불핀치라는 저자의 책을 중역한 것입니다. 불핀치의 책도 사람들이 읽기 쉽게 요약한 그리스어를 영어로 번역한 책입니다. 그러는 과정에 작가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삭제가 것도 있고 오역이 된 부분도 있습니다. 거기에 한국어로 또 번역되면서 더 많은 부분들이 삭제/ 오역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천병희 교수님께서 완벽하게 그리스어 원전을 번역한 것입니다. 천병희 교수님께서는 도서출판 숲과 함께 그리스 신화의 모든 책을 원전 번역하셨습니다.     


그리고 가장 원론적인 질문을 저에게 해주신 분이 계신데, ‘반드시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하나?’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그리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성경처럼 창조주가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신을 등장시켜 풀어나간 책이자, 그저 저에게는 삶의 지혜를 담은 옛날이야기 정도로 생각합니다. 저는 모든 책이 그렇듯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다 읽을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읽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역시 궁금증이었습니다. ‘어떻게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줄 수가 있었을까?’가 제일 궁금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소재가 어떻게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가 되었는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탄생시켰을 수가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런 특별한 예술인들에게뿐만 아니라 그 텍스트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2000년 가까이 그리스 신화를 읽어 왔습니다. 수많은 나라에 번역되어 엄청난 양의 판본을 가진 책이라면 그래도 좀 더 가치를 부여해 한번쯤은 읽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쇼팽 발라드 제4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