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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ug 10. 2023

카미유 클로델

by 카미유 클로델

저는 그녀의 작품을 박물관에서 한번 보고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서 작품과 글을 찾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녀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상 찾기 어려웠고 실제로 인정받는 그녀의 글은 이 책이 거의 유일합니다. 어머니와 관계가 좋지 않아 30년을 정신병원에 살고 끝내 거기서 생을 마감한 그녀를 생각해 보면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그녀를 저주받은 천재, 남자 때문에 인생을 망친 여자, 세상보다 너무 앞선 재능을 지녀 불행한 여자로만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그녀를 다 설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았던 훌륭한 문화 예술인이었습니다.


저는 그녀를 생각하면 세 가지가 떠오릅니다. 첫째는 역시 로댕의 연인이라는 점입니다. 카미유는 19살의 나이에 로댕의 작업실에 조수로 들어가면서 24살 연상의 로댕과 사랑에 빠집니다.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오른 로댕과 풋내기이지만 예술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가졌던 카미유는 서로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갑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로즈 뵈레라는, 로댕의 결혼하지 않은 조강지처에 의해 견디지 못하고 카미유는 결별선언을 합니다. 서른 살에 로댕과 이별하면서 그녀는 홀로 되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합니다. 카미유는 아버지의 지원을 받지만 조각은 돈이 많이 드는 예술이라 충분치 않았는데 그 모습을 당시 카미유의 일기와 편지로 알 수 있습니다.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오로지 돈 이야기뿐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그녀는 폭넓은 취향의 독서가였습니다. 클로델 가문에는 두 개의 서가가 있었다고 하는데, 하나는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서가였고,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된 호메로스, 플루타르코스, 키케로 등 화려한 고전들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곳에는 신부였던 외종조부가 남긴 서가가 있었는데 그녀는 여기서 소설과 여행기는 물론 성경까지 닥치는 대로 섭렵합니다. 훗날 시인이자 소설가가 될 동생에게 자신이 흥미롭게 읽은 책을 건네주곤 했는데, 동생인 폴이 문학가가 된 것은 순전히 카미유 덕분이라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책에 대해 진심이었던 작가였습니다. 이처럼 책 읽기는 여행과 모험을 향한 갈증을 달래주었고 남매 사이의 탄탄한 정신적 유대를 형성해 주었습니다.


세 번째는 그녀의 유머러스함이었습니다.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습니다. 항상 신랄하고 톡톡 튀는 유머는 시들지 않는 그녀만의 독특한 개성이었습니다. 심지어 수용생활을 하던 힘든 순간에도 걱정을 끼치기 싫어 가족에게 편지를 쓸 때면 자신의 처지에 관해 농담을 던지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또한 편지는 언제나 균형 잡히고 논리적이며 명료했습니다. 망상 증세가 심각할 때조차도 시공간의 개념을 결코 잃지 않았으며 언제나 한결같이 그 어떤 작가보다 솔직하고 위대하게 편지를 썼을 정도로 그녀의 글은 훌륭합니다.


1891년(28세) 추정, 카미유가 로댕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

더 이상 나를 배신하지 않으셔야 해요.


1899년(36세) 추정, 카미유가 《유럽 아티스트》 대표 모리스 기유모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

제 <클로토>에 대해 로댕의 데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비난하셨더군요. 제 <클로토>가 어디까지나 창조적인 작품임을 선생에게 입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로댕의 데생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거니와, 저는 충분치 못하기는커녕 아이디어가 너무 많다고 해야 할 저 자신에게서 제 작품을 이끌어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932~1933년(69~70세) 추정, 카미유가 폴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

너는 내게, 신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가엾이 여긴다, 신은 선량하다 등등의 말을 하지. 하지만 난 모르겠구나. 너의 신이 왜 죄 없는 자를 정신병원 한가운데 썩어가도록 내버려 두는지. 왜 나를 잡아두려...



이 책은 7살 때부터 그녀가 죽는 79세까지의 편지들을 모아 만든 책입니다. 현존하는 모든 편지의 원문을 바탕으로 연대기순으로 실었고, 그녀의 일과 인간관계 그리고 스승이자 연인이었던 로댕, 외교관이자 시인이었던 동생 폴 등 수많은 존재가 편지라는 매개를 통해 그녀의 인생이 어떠했을지 조금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그저 조각가, 예민한 천재로만 남기에는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정신병원에서의 오랜 생활을 담은 편지는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슬프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편지를 책으로 만든 건 자국인 프랑스어판을 제외한 한국어판이 유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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