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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ug 15. 2023

라데츠키 행진곡

by 요제프 로트

제목을 보면 익숙하진 않지만 음악을 들으면 ‘아, 이곡’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에게는 꽤 익숙한 곡입니다. 매년 비엔나 신년 음악회에서 등장하는 흥겨운 행진곡으로, 제가 느끼는 이 곡은 조금은 근엄하게 연주회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이 노래가 나오면 다 함께 손뼉을 치며 청중 본인들도 답답함에서 벗어나 즐거워하는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이 곡은 오스트리아의 영토였던 북부 이탈리아 땅을 지켜낸 라데 요한 스트라우스 1세가 오스트리아의 영웅 라데츠키를 기념하기 위해 작곡한 곡이며, <Radetzkymarsch, Op. 228>이 정확한 이름입니다. 이 책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몰락을 보여주는 역사소설입니다. 책을 접하면 제국을 미화하는 건지, 아니면 비판하는 건지는 조금은 애매합니다.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목숨을 쏠페리노 전투에서 구하는 것으로 느닷없이 신흥 귀족이 된 트로타 가문 3대의 이야기로, 역사의 한 시대를 포함하고 있는 역사 소설입니다.      

오스트리아에 황제가 존재하던 제국주의 시절부터 시작하여 그 위 몇 대 몇 대들은 헝가리나 보헤미아 지역의 시골농부였다는 간략한 배경이 나옵니다. 유럽의 전원적인 모습을 상상을 해볼 수 있는 이 책의 분위기는 흡사 <토지>와 비슷합니다. 한 가문이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조의 마지막 끝 무렵과 같이 섞여서 사라지는 담담하면서도 쓸쓸한 분위기를 이끌어 냅니다.     



P : 모든 광장 연주는 (연주는 군수의 발코니 아래에서 열렸다)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시작했다. 군악대원 모두는 지휘자 없이 한밤중에 자면서도 연주할 수 있을 만큼 이 곡을 꿰뚫고 있었지만, 군악대장은 악보의 음표를 하나하나 빠짐없이 보며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요일마다 군악대장은 [라데츠키 행진곡]을 군악대원들과 처음 연주해 보는 듯, 머리, 지휘봉, 눈길을 군사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매우 신중하게 들어 올린 뒤, 자신을 둥그렇게 둘러싼 군악대 중에 때마침 자기 명령을 가장 필요로 하는 대원들을 향해 이 셋을 동시에 내던졌다. 무뚝뚝한 드럼이 둥둥둥, 감미로운 플루트가 필릴리, 경쾌한 씸벌즈가 쨍그랑 울렸다. 모든 구경꾼 얼굴에 즐거우면서도 꿈에 잠긴 듯한 미소가 번졌고 다리에는 핏줄이 꿈틀거렸다. 구경꾼들은 서 있었지만 행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린 아가씨들은 숨을 멈추고 입술을 벌리고 있었다. 중년 아저씨들은 고개를 떨구고 자신들이 받았던 기동훈련을 회상했다. 할머니들은 인근 공원에 앉아 오종종하고 희끗희끗한 머리를 떨었다. 여름이었다.          



라데츠키 행진곡에는 양면적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 북부를 점령 통치하고 있었고, 점령군 사령관이자 총독은 라데츠키 장군이었습니다. 1848년 오스트리아가 이탈리아를 점령함과 동시에 이탈리아에서는 독립운동이 거세게 일어났고, 라데츠키는 이를 진압하고 승리로 이끕니다. 라데츠키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고국으로 귀환할 때 이 곡이 연주되자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3번이나 앙코르를 외쳤다고 합니다. 승리의 기쁨에 취한 시민들이 곡에 맞추어 박수를 쳤던 것이 유래가 되어 지금도 이 곡이 연주될 때면 지휘자가 박수를 유도합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국민이 이 곡을 듣는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이 곡을 작곡한 요한 스트라우스는 정부 편에서 군주제를 옹호하는 것에 대해 진보적 비평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결국 스트라우스 일가는 런던으로 도망가야 했습니다. 그로부터 18년 후인 1866년, 지금의 독일인 프로이센이 빈을 침공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프랑스의 도움으로 7주 만에 전쟁은 끝이 나지만 시민들이 받은 상처와 피해는 엄청났습니다. 시민들을 위로하고자 요한 스트라우스 2세는 새로운 무곡을 작곡합니다. 카를 베크의 시에 음악을 입힌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Beautiful Blue Danube)가 그 곡입니다. 아버지의 음악을 비난했던 시민들이 그 아들의 음악으로 전쟁의 상처를 치유를 받았을지는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라데츠키 행진곡은 이탈리아 어느 연주회에서도 들으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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