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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ug 16. 2023

어느 시인의 죽음

by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우리에게는 <닥터 지바고>로 유명한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톨스토이의 초상화를 그린 유명 화가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예술적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여러 유명인사들과 친분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릴케였고 그와의 에피소드도 이 책의 중간중간에 나옵니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보다는 유년기부터 청년기 시절의 일기에 가깝고, 작가의 인생 방황이 그려져 있습니다. 처음 그는 음악가가 되고자 했으나 절대음감에 한계를 느껴 다른 길을 찾아야 했고, 그 후 철학을 공부하였으나 그마저도 그의 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또 다른 결심을 하고 시인으로서의 길을 모색하게 되고, 자신의 내면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을 합니다.


이 책은 러시아 혁명 시인 마야콥스키의 비극적 자살을 시점으로 막을 내립니다. 작품의 제목인 <어느 시인의 죽음>에서 어느 시인이 바로 마야콥스키인데, 작가는 러시아 혁명을 문학으로 구현한 시인 마야콥스키를 늘 동경해 왔고, 뿐만 아니라 그가 어떻게 시인이 되었는지를 이 책에서 담고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시인들과 친분이 있던 그는 그들의 시를 들을 때면 그는 주저 없이 시인에게 매료되었고, 자신은 왜 시인이 노래한 것들을 알아채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는데, 그 고민들도 작가가 직접 이야기를 합니다.


저자는 과거 속에 묻혀버린 자신보다 어리지만 동경했던 미야콥스키의 삶에 비애를 느끼며, 그가 보여준 특별한 예술성을 완성하지 못한 시대를 회고합니다. 또한 자기 성찰과 문학도로서의 지침을 다지게 해주는 계기가 됩니다. 파스테르나크에게 이별은 슬픔이 아니었고 그야말로 절망 그 이상이었던 거 같습니다. 실제로 스탈린이 죽은 1957년까지 그는 작품은 미리 썼지만 출간은 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동경하는 작가를 떠나보내면서 쓴 시입니다.



바람


나는 죽었지만 너는 아직 살아 있다.

그래서 외치고 호소하며

시골 숲과 집을 흔들고 있다.

한 그루의 소나무가 아니라

모든 나무를 온통 묶어서...

끝없이 먼 곳에서부터

일시에 닻을 내린

돛단배의 선체가 흔들리듯이

이것은 무턱대고 하는 것이 아니며,

목적 없는 분노 때문에서도 아니다.

너를 위하여 그 슬픔에서

자장가의 가사를 찾으려는 것이다.        


1958년 스웨덴 한림원에서는 그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하였습니다. 하지만 <닥터 지바고>에서 러시아 혁명을 비판한 내용이 들어 있다는 이유로 소련 정부와 작가동맹으로부터 압력을 받게 되면서 수상을 거부하게 되었습니다. 1960년 그가 사망한 이후, 1988년에 소련 정부가 그에 대한 사면 조치를 내리면서 소련에서 그의 문학 작품을 출간하는 것이 허용되었고, 1989년에는 그의 아들이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부친의 노벨 문학상을 대신 받았습니다. 처음으로 생전에 받지 못한 노벨문학상 작가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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