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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ug 17. 2023

성역

by 윌리엄 포크너

이 책이 발행되자마자 미국은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심지어 그의 담당 편집자는 “이 작품을 출간할 수 없다. 우리 둘 다 감옥에 갈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을 할 정도로 그의 작품 중 최고 문제작으로 뽑힙니다. 포크너가 이 책에서 주는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폐쇄와 억압의 이미지, 성적 욕망 및 관음증 등을 통해 죄악에 대한 불감증에 빠진 부패하고 타락한 현대 사회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편협하고 속물적인 사회, 그 사회로부터 상처 입고 버림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부도덕한 미국 남부 상류 사회를 고발하며, 인간에 대한 신뢰와 휴머니즘의 역설적 표현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규명합니다.



P : 그게 아니오. 그게 아니라는 건 당신도 알아. 하지만 당신은 사람이란 어떤 일을 할 때면 단지 그것이 옳기 때문에, 그것을 하는 것이 사물의 조화에 필요하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거요?



포크너의 소설은 대부분 부조리합니다. 그의 소설은 읽히려고 쓰인 소설이 아닌 것처럼 불친절하고 심지어 독자들의 반응에도 무심했습니다. 어떤 독자가 “당신의 소설은 너무 어려워서 세 번이나 읽었는데도 잘 모르겠다.”라고 항의하자 포크너는 "그러면 네 번 읽어보라.”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또 포크너의 작품은 난해한 것으로 둘째가라면 서럽습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 내면 독백, 자유로운 시제 등 그의 실험적인 문체 또한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한몫합니다. 그의 문체는 흔히 헤밍웨이의 문체와 비교가 됐는데, 헤밍웨이는 단문이 많고 형용사를 거의 쓰지 않는 간결한 구어체인 반면, 포크너는 복문과 중문을 자주 볼 수 있으며, 형용사를 많이 사용하여 수식이 많고 시적인 문어체가 많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삶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난해해지는데, 포크너는 그 복잡하고 난해한 삶을 그대로 인식함으로써 어떤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했습니다. 복잡하고 난해한 인생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고 파악하는 것이 바로 포크너의 문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포크너를 비도덕적인 작가라고 많은 대중들이 말을 하는데, 그 부분만큼은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포크너가 도덕을 제시하는 방법이 단지 역설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는 악인이나 추한 것, 또는 병든 것들을 등장시키며 그 악 속에서 악이 아닌 것, 추한 것 속에서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려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소설에는 태양과 같은 빛을 표현하는 작가가 있는 반면 어둠과 같은 그늘을 표현하는 작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포크너는 그늘에 대해서만 쓴 작가였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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