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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ug 18. 2023

눈 이야기

by 조르주 바타유

저자는 이 책이 불고 올 후폭풍을 미리 알아서였을까요? 1928년 이 소설을 비밀리에 출간하면서 로드 오슈(Lord Auch)라는 가명을 썼습니다. 이는 성서에서 신을 가리키는 낱말인 로드와 변소에서, 혹은 망할 자식(aux chiottes)이라는 의미인 오슈를 혼합한 말입니다. 1926년 바타유가 프랑스 작가들 중에서는 아마도 처음으로 정신분석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는 단지 개방적이고 글을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그렇게 선택하였고, 이 결정은 그를 글을 쓰는데 몰두할 수 있게 하였으며, 처음으로  탈고한 첫 결정체가 바로 이 장편소설입니다.      


무와 불결함 그리고 외설스러움에 대한 근본적인 갈망을 담은 이 책은 어쩌면 매우 강도가 높은 성적인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쾌락에 탐닉하는 화자와 시몬, 마르셸의 현기증이 나는 체험을 통해 바타유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내면 깊숙이 더러워진 강박이었습니다. 작가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에 생겨난, 뿌리 깊은 강박인 듯한데, 바타유의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강박적인 요소들(성, 에로티즘, 죽음, 불가능)은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그의 모든 작품에 자유롭게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 책을 보면 소설 내적으로는 눈에 관련된 일화들이 담긴 야한 소설로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소설 밖으로 본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의미는 우리의 눈이 닿는 곳까지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어 합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우리의 세계는 스스로의 경험에 의해 창조되는 공간이란 것을 가르칩니다. 조르주 바타유만큼 이단적인 사상을 펼친 인물은 드물 것입니다. 매독 환자이자 맹인이었던 아버지, 우울증을 동반한 정신착란에 시달리는 어머니, 그런 가족 상황에서 그는 성직자가 되고자 마음을 먹고 가톨릭 신학교에 입학을 했으나 나이 25세에 신앙을 버리고 오히려 극단적인 무신론으로 돌아섭니다. 그는 평생을 통해 종교, 예술사, 문학비평, 정치경제학, 그리고 철학 등과 같은 거대한 영역들을 섭렵하면서도 결코 체계적인 이론을 구축하고자 하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어떻게 비체계적인 방식으로 전반적으로 체계적인 탐색을 할 수 있는가에 몰두했습니다.



P : 자크 데리다의 ‘해체주의’는 바타유의 전복적 사고 없이 탄생할 수 없었고,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는 바타유의 과잉의 탐구 없이 완성될 수 없었으며,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는 바타유의 소비에 대한 사유 없이 성립될 수 없었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흔히들 말하는 현대철학의 엄청난 영감을 준 작가입니다. 오늘 보여드리고 싶은 글들은 많았지만 책의 내용을 발췌하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 직설적이고 어느 한 부분만 잘라서 올릴 경우 외설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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