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일은 저를 다른 세계로 인도했습니다. 저는 그저 읽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누군가의 문장을 따라가며 하루를 보내고, 그 문장들이 제 안에 쌓이는 삶. 그래서 누군가가 제게 꿈을 물어봤을 때 늘 독서가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믿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래 읽다 보니 문장들이 머무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지나가기만 하지 않고 남기 시작했는데, 어떤 문장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고, 어떤 장면은 하루를 밀어내고 대신 자리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내가 쓴 문장도 누군가의 하루에 그렇게 남을 수 있을까?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가볍게, 그러나 쉽게 놓지 못하는 마음으로. 공모전에 몇 편의 글을 내보냈고, 그 과정에서 저는 비로소 ‘쓰는 사람’이라는 자리를 어색하게나마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부족했고, 지금도 부족합니다. 문장은 자주 흔들리고, 이야기의 중심은 쉽게 흐트러졌습니다. 쓰면서도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를 때가 많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읽어주신 분들 덕분이었습니다. 많지 않은 숫자일지라도, 분명히 누군가는 이 글들을 지나갔고, 잠시라도 머물렀다는 사실이 저를 계속 쓰게 했습니다. 매주 한 편씩 올리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지만, 그 반복 속에서 저만의 속도를 알게 되었던 순간들이기도 했습니다.
〈이건 언젠가 다시 생각해보자〉라는 제목처럼, 이 연재는 어쩌면 완성된 이야기라기보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의 기록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래서 끝났다는 말이 어색합니다. 멈춘다기보다, 잠시 접어두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아마도 이 이야기들은 다른 형태로, 다른 문장으로,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5월의 푸르름이 만연해질 때, 새로운 연재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지금보다 더 단단한 문장으로, 덜 흔들리는 이야기로. 하지만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겠지만요. 저는 여전히 읽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두 자리 사이를 오가며, 계속해서 배워가고 싶습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싶습니다. 그 단순한 마음으로, 다시 처음처럼 시작해보려 합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문장들 사이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