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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Oct 08. 2023

The philosophy of snoopy

by Charles M. Schults

동그란 얼굴에 언제나 지기만 하는 소년 찰리 브라운과 개집 지붕 위에서 사색을 즐기는 욜로족의 대표 강아지 스누피, 그리고 심술궂고 빈정대는 말을 잘하지만 여린 구석도 있는 소녀 루시, 항상 담요를 끌고 엄지손가락을 빨고 다녔던 철학자 라이너스, 피아노를 치는 소년 슈로더, 말괄량이 소녀 패티, 날지 못하는 괴짜 새 우드스톡 등 제가 생각하는 피너츠의 캐릭터들은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1950년 10월 2일부터 신문에 우리의 4컷 만화 형식의(4컷은 아니었지만) 코믹 스트립 형태로 연재를 시작해 찰스 슐츠가 숨을 거두는 그 순간인 2000년까지 50년 간 총 17,897편을 만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누구나 좋아하는 <피너츠> 속 인물들과 이야기들은 만화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장르 특성상 어려서는 좋아해도 나이가 들면 시시해질 법도 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드는 거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에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는 만화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만큼 찰리 브라운과 친구들은 누구에게나 친숙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랑받는 이유는 아이들에게서 한없이 평범한 나라는 사람을 발견하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남에게 속기 잘하는 어리바리 찰리 브라운은 늘 실패하고 좌절하는 저와 똑 닮았습니다. 그 외 친구들은 주변에 꼭 하나쯤 있을 만한 캐릭터들입니다. 하는 말마다 얄밉기도 하고 맘 편히 기대고 싶은 친구도 있고 하는 일마다 어설퍼서 챙겨주고 싶은 친구 등등 참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사실 우리가 모르는 세계도 있습니다. 이 책의 초기 주제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잔인성에 바탕을 두었다는 작가의 고백도 있습니다. “개들은 아이들의 바보 같은 행동을 참아주는 것 같기도 하고 머리도 무척 좋아 보인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스누피의 표정을 보여주는데 아이들을 약간 낮추어 보는 경향이 초기에는 나타납니다. 찰리 브라운이 안도감이라는 감정을 “부모님의 차 뒷좌석에서 잠을 잘 때의 기분”이라고 정의하는 곳에서는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퍼 올린 대사이고 슈로더가 아무렇게나 치는 듯한 피아노 악보는 실제로 존재하는 곡입니다. 1950년대에 작가는 “슈로더가 무슨 곡을 연주하는지 확인해 보는 걸 좋아하는 독자도 있으리라 믿기 때문” 이라며 어느 정도 리얼리티를 반영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성공에는 찰스 슐츠의 글들도 한몫을 했는데 자신이 그리는 만화처럼 둥글둥글합니다. 머리칼이 쭈뼛 서는 클라이맥스는 없고 그저 조곤조곤한 말투로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가감 없이 들려줍니다. 마치 슐츠 자신의 글로 쓴 자화상을 보는 듯한 느낌인데 첫눈엔 특별할 것 없지만 자세히 보면 속눈썹이 유난히 길고, 눈 밑에 작은 점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슐츠의 작가적 고집과 선량한 철학이 잔잔히 우리들에게 전달합니다. 작가는 50년 동안 만화를 그리면서 단 한 번도 남에게 그림을 맡기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어시스트, 아이디어를 함께 구상하는 파트너도 없이 혼자 오롯이 고민을 감당해 왔습니다. 누군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슐츠는 이렇게 대답했다.



P : 찰리 브라운의 머리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실제로 그는 50년 간 매일 찰리 브라운의 동그란 얼굴을 그리면서도 둥근 형태와 깊이를 부여해 완벽한 펜 선을 긋는 일을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매일 똑같은 것을 그리면서도 점점 더 나아지기 위해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작가를 저는 존경합니다.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거의 50년 동안 나는 사랑하는 찰리와 그의 친구들을 그릴 수 있어서 행운이었어.

그것은 내 어린 시절의 꿈이었으니까...

안타깝게도 나는 이제 더 이상 만화를 그릴 수 없어.

나의 가족들은 다른 누군가가 피너츠를 계속 연재하는 것은 바라지 않아.

그래서 나는 지금 은퇴를 선언하고 있어.

성실했던 에디터들과 수십 년 동안 내 만화에 너무나 큰 도움과 사랑을 보여주었던 나의 팬들에게 나는 늘 고마웠어.

찰리 브라운, 스누피, 라이너스, 루시...  내가 어떻게 너희들을 잊을 수 있을까.  - 찰스 슐츠


그는 이 마지막 말을 마지막 회가 발행되기 하루 전날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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