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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Oct 24. 2023

문학의 숲을 거닐다

by 장영희

매일 올리고 있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서평이라는 이름으로 남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 주관적인 생각이 강해서 독후감상문이라는 이름으로 남겨두었고, 서평이라고 하지 못했습니다. 서평이라고 하면 응당 객관적으로 책을 봐야 하고 분석해야 할 것 같은 느낌으로 속할 것 같았기에 그 범주에 감히 들어가는지가 의문이었습니다. 그저 읽고 느낀 점을 공유하고 싶었고 다른 분들이 댓글이나 쪽지로 남겨주는 책 이야기가 소중해지는 지금, 가끔씩 제가 끄적이는 글들이 괜찮은지를 나름 되돌아보기도 하는데 그 기준점(?)이 돼준 고마운 책이 이 책입니다.


제가 올리는 책에 관한 이야기능 약간의 사심이 있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을 다른 사람들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작가님이 같은 마음으로 쓰셨을 겁니다. 작가님은 2001년부터 3년간 조선일보에서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라는 북 칼럼에 게재한 글들을 모은 것입니다. 칼럼을 처음 시작할 때 신문사 측은 작가님에게 “선생님의 글을 보고 독자들이 ‘아, 이 책을 한번 읽어 보고 싶다.’하고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뛰어가도록 해달라.” 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당시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였던 작가님은 원고지 10매로 어떻게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고전을 분석하기 전에 그 작품이 자신의 마음에 어떻게 와닿았는지, 어떤 감동을 주었는지, 그래서 그 작품들로 인해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풍요롭게 되었는지 솔직하게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굳이 <문학 에세이>라고 칭한 이유도 작가님이 느낀 현실 세계의 아름다움과 누추함을 고전적인 문학세계와 비교 분석해서 쓰신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우리들의 삶에 새로운 충격을 던져줌으로써 각자 서 있는 자리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작가님이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장애인으로 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유학 시절에 동생과 쇼핑을 나섰는데 가게 입구의 턱이 높아 동생만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혼자 문밖에 서 있었더니 주인 여자가 나와서 동전 없다는 말을 듣고 그제야 자기를 거지로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줍니다. 이 이야기를 걸인 시인으로 알려진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의 <가던 길 멈춰 서서>라는 작품과 연결해서 소개합니다.



P : 까짓, 동전 구하는 거지로 오인되면 어떠냐. 이 아름다운 봄날 가던 길 멈춰 서서 나뭇가지에 돋는 새순을 한 번 만져 보고 하늘 한 번 올려다볼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 이 얼마나 축복인가.



이 책은 고전 문학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인간 장영희라는 사람이 문학의 숲을 함께 거닐며 향기로운 열매를 향유하고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나누고 싶다고 내미는 초대장입니다. 이 책이 단순한 북 칼럼이었다면 정보만 듬뿍 얻자고 선뜻 따라나서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문학의 숲에는 작가님이 심어 놓은 향기 가득한 꽃 같은 사람이 서성거립니다. 그래서 저도 이 피드에 글을 올릴 때마다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데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한량이면서도 부족하고 어리석고 덜 자란 어른이지만 그저 한 권의 책과 저의 이야기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인데 이 책을 보며 많이 돌아보고 반성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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