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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술사 Nov 09. 2018

 Cupper라고?
그러면 이 커피 맞춰봐

-나에게 그러는 거 아니야-

우선 커퍼라고 소개를 하는 자리에 가면 대부분은 커피맛만 보면 산지를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런 거 아니다.


커퍼는 커피 맛과 향을 보는 것이다. 커피의 단맛, 쓴맛, 신맛, 바디 감등을 느끼고 평하고, 향의 가벼움과 무거움과 산뜻함을 평하는 것이다.


물엿과 같은 끈적이는 단맛인지, 설탕과 같은 눅눅한 단맛인지, 초콜릿과 같은 묵직하고 쌉쌀한 단맛인지, 구분해야 하고 기분 좋은 쓴맛인지, 역겨운 쓴맛인지 분별해야 한다. 레몬과 같은 신맛인지, 오렌지와 같은 산미인지, 감귤과 같은 새콤함인지 나눠야 한다. 우유와 같은 무거운 느낌의 바디감인지, 물과 같은 가벼운 마우스필인지 느껴야 한다. 열대과일 향이 나는지, 딸기 향이 나는지, 블루베리 향이 나는지, 라즈베리 향이 나는지, 후각을 집중해야 한다. 커피가 가루일 때 향은 어떠한지 물에 젖었을 때는 어떠한지도 따로 평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느끼고 구분해도 이게 콜롬비아에서 온 건지, 과테말라에서 온 건지, 브라질에서 온 건지, 케냐에서 온 건지, 인도네시아에서 온 건지, 파나마에서 온 건지, 에티오피아에서 온 건지 평하지 않는다. 


왜냐면 커피의 맛이라는 건 무엇보다 커피의 품종에 영향을 받는데, 커피의 품종이 워낙 많아 맛을 보고 커피 산지를 맞춘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커피의 경우  병해충에 강한 교배종들이 해마다 새롭게 나오고 있고  각 나라의 커피 연구소에서는 지금도 새로운 신 품종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니 맛과 향을 아무리 잘 본다 한들 어떻게 이게 콜롬비아 커피인지 브라질 커피인지를 확신한단 말인가. 밥맛을 보고, 신동진벼 쌀맛이 나서 한국산이라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일본에서 재배된 신동진벼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커피품종<출처:카페임포츠>,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다.

오늘날, 커피 품종은 원산지를 떠나 전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다. 맛을 보고 커피 산지를 맞춘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갖지도 못한다.


그런 배경을 익히 알고 있는 전문적인 커퍼들은 절대 커피맛을 보고 산지를 모른다 해서 창피해하지도 않고, 모른다 해서 이상하게 생각지도 않는다. 심지어 실력 없다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않는다. 


커퍼의 본질은 산지를 맞추는 게 아니라 한잔의 커피에서 느껴지는 맛과 향의 좋고 나쁨을 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앞에 놓인 이 커피에서 신맛이 나는데  그 신맛이 좋은 신맛인지 나쁜 신맛인지를 구분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커퍼들에게 산지 맞추라고 말하지 말자. 그건 너무 어렵다. 


"이 커피는 스트로베리 향이 나고 약간의 블루베리향도 묻어있는 거 같아요. 꿀과 같은 단맛이 처음부터 올라와 베리류의 산미와 섞여서 마치 딸기잼을 먹는 것 같네요. 바디감도 굉장히 강해서 눈을 감으면 커피가 아닌 딸기 우유를 먹는 것 같이 묵직한 마우스 필이 기분을 좋게 해요. 첼로같이 묵직하지만 하프처럼 달콤해요."

-Ethiopia Yirgacheffe Misty valley G1 nat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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