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지루하다고 누가 그래, 이렇게 또라,, 귀여운데
엄마가 얘기했던 적이 있다. 나는 반나절 목욕탕에 가서도 친구를 만들어 오던 애라고. 그리고 작은 것에도 쉽게 좋아하던 아이였다고.
그렇지만 나는 항상 I가 아닌 적이 없었는데, 가만 보면 말이 너무 많아 E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왕왕 듣곤 한다. 고3,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 교회 수련회를 후발대로 갈 때도 신혼이었던 선생님 부부 차를 얻어 타고 가는 차 안에서 나만 한 2시간을 쉴 새 없이 혼자 떠들었었다. 공부 안 하고 수련회 가는 게 너무 신나서.
술을 잘하지 못하지만, 가끔 한 잔씩 응할 때는 이 대화에 조금 더 취하고 싶을 때다, 괜히 술이 들어가면 흔히 오글거리는 말도 낭만이 생기니까.
덤으로, 누구를 앉혀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야 하는 주사도 한 몫한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냥 말을 많이 하진 못 한다. 태생적으로 유머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가성비 없는 체력이라 말을 많이 하면 아이러니하게 금방 지쳤다. 그래도 너도 이거 좋아해? 헐 나도! 대박이지 않아? 하는 결의 대화를 즐거워한다. 근데 호들갑을 아주 많이 많이 넣어서.
어쩌면 나는 그래서 도서관이 좋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도서관은 유기체에 가깝다. 어느 면에선, 도서관은 차분하고 그것도 내가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지만, 대체로 나에겐 도서관은 속에서 쉴 새 없이 움직여서 좋다. 나는 도서관이 그 안에 작은 세계관이 있다고 느낀다. 이용자들에게 말을 걸고. 맘에 들게 프로그램/자원/장서를 개발하면 뿌듯해하고.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도 않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그런 뿌듯함을 가지고. 도란도란 얘기하고 키워나가는 것. 마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몸의 세포 구석구석이 영차영차 나름의 것들을 하는 것처럼. 이 조그만 것들이 뭘 그리 보시락 보시락 거리는지. 도서관 너무 귀엽지 않은가.
그 와중에 이용자가 말을 걸고. 또 뭔갈 하고, 계속 순환한다.
도서관은 결국 이용대상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 한다.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정보도 사람도 거미줄처럼 연결된다. 도서관은 그 교차에 있고.
그래서 이 세상에 쓸모없는 일은 없고, 모든 것에는 나름의 뽑아먹을 것이 있다고 여기는 나에게 도서관이란 공간은 나도 좋고 너도 좋은 무한한 공간이다. 사람을 만나면 만날 수록, 책을 보면 볼수록,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또 다른 사람으로, 기관으로, 책으로 연결, 연결, 연결되니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도서관은 조용해서 좋은 거 아니냐고. 음식도, 음료도 제한적이고 대화도 나누지 못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나는 종종 도서관만큼 사람을 많이 만나는 곳도 없다고 본다. 정보를 찾으러 오는 사람도 하나씩 그 수를 보면 많고, 그것을 제공해 주는 사람은 비단 도서관 직원뿐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간 수많은 장서, 팸플릿, 소설의 주인공, 강연자다. 그런 공간이다 도서관은. 알고 보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그런 공간.
그래서 아마, 내가 도서관을 떠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내성적으로 보이는데 가까이에서 알고 보면 그 속은 무한히 펼쳐진 세계가 있는, (으로 포장된) 또라이가 숨어있으니, 뭐야, 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