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를 굳이 해보는 것

오늘 하루로 일주일 버텨야지. 를 4번만 하면 한 달이 됩니다.

by 유우진
굳이 이번글은 존댓말을 사용해보려고 합니다.
굳이 그럴 필욘 없지만 뭔가 감사가 가득 담긴 글이 될 것 같아서. 편지처럼 굳이 존대를 하고 싶어 졌어요.
그럼, 시작합니다.

낭만, 그 옅은 광기를 위하여_뉴욕 편

(3) Solomon R. Guggenheim Museum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1071 5th Ave, New York, NY 10128



교회를 다닙니다.


뭔가 배경을 설명하면 읽는 것에 순간의 편향을 주게 될까 했지만 이것을 얘기해야 오늘의 글이 설명되기에 서두를 이것으로 풀었어요.


저는 26년을 수원이라는 동네에 가족들과 살았고. 교회도 10여 년을 넘게 같은 곳으로 다녔으며, 그곳의 사람들은 제 모나리자 눈썹과 누구랑 만난 과거 같은 것을 모두 아시는 분들이셨습니다.


친척과도 같았죠. 어쩌면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한 시간 이상을 함께 10년 넘게 보낸 그 힘은

생각보다 강할지도 모릅니다.




뉴욕의 새로운 집을 찾으며 중요한 미션 중의 하나는 뉴욕에서 다닐 교회를 찾는 것도 포함되었습니다.

첫 교회의 시작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가족과 함께 이사한 곳에서 가까운 곳을 따라간 것이라

이번에는 처음으로 제가 나에게 어떤 설교를 잘 받아들이는지. 저와 맞는 공동체는 어떤지. 선택하기 위해 여러 군데를 다녀보아야 했습니다.



교회에 처음 가면 한 달. 그러니까 4번 정도의 주일에 새로 오신 분들을 대상으로 교회를 소개하고, 어떤 방향으로 비전을 가지고 운영하는지. 기독교를 소개하기도 하고 전반적인 교육을 진행합니다.

그걸 전부 수료하면, 보통 ‘등록’을 한다고 하죠.



물론 등록도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전 예정된 뉴욕 생활이 10개월 정도이고, 아주 온 것도 아니어서 등록하지 않아도 괜찮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우선 제 신앙으로 그분과의 대화 끝에, 등록까지 하기로 했습니다.



4번의 교육이 끝날 무렵 교육을 진행하시는 팀장님께 교회의 비공식적인? 모임을 소개받았습니다. 매주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도 나누는 모임이 있다고요.



사실 교회에는 모임이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더러는 친목모임을 또 많은 분들의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사실 심야로 혼자 영화를 보러 갈 정도로 전 영화관도,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나중에 수원 교회에서 책 모임이라던지, 뮤지엄 같이 보러 갈 사람. 등의 번개모임 같은 것도 해보고 싶기도 했어서 교회 적응 겸, 레퍼런스 겸, 사실 90프로는 미국 영화관을 도전해보고 싶은데 혼자는 도저히 못할 것 같아, 오. 정말 좋은 기회잖아? 싶어 영어 듣기는 안되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어요.



저의 뉴욕 교회 영화모임은 영화에 어우러지는 저녁식사와 옷을 입었습니다.

최근에 위키드 wicked 영화를 볼 때는 초록색 옷을 입었습니다.



특히 영화팀장님의 드레스코드는 항상 정말이지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셨어요.

몇몇은 정말 영화와 비슷한 옷을 입으시기도 하고, 그냥 옷이 너무 제스타일인 것도 있었습니다. 사고 싶었어요.



재미있었어요 두 팀장님. 즐거웠습니다.



그냥 영화를 보고, 비슷한 배경의 식사까지만 해도 좋지만, 사실 옷은 우리의 태도에 영향을 많이 끼칩니다. 하루 종일 제가 입고 있으니까. 아래를 봐도, 팔을 봐도, 화장실에서 거울만 봐도 입고 있는 옷이 결국 그날의 제가 됩니다.



그리고 옷을 고르면서 또 한 번 그 상황을 생각하게 되죠. 굳이 하진 않아도 되지만, 뭐 힘이 드는 것도 아닌데 굳이 안 할 이유가 없어하다 보면

점점 욕심도 생기고요.





또 나름의 성취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센스‘라는 건. 사실 저는 이것이 능력이라고 보고 몸에 내재되어 있는 분들을 개인적으로 정말 부러워하는데 그것을 후천적으로 기르기란 여간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의상이 개중 가장 쉬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상태나 기분에 맞추는 고도의 센스보다는 그저 상황과 내 감각적인 것을 드러내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때, 그런 감각의 방향을 잡아주는 ’ 색깔‘ 이나 ’ 촉감‘ 등의 디렉션이 명확한 옷은

옷장에서 같은 색의 옷을 입기만 하면 되니, 그저 굳이 한번 맞춰 입어봤을 뿐인데 잘 맞추면 어?! 센스 있네? 하는 칭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방법이 심플하니 꼭 영화모임 말고도 평소에도 약간의 이유를 붙여 굳이 옷을 맞춰 입어 봤습니다.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Guggenheim Museum


뉴욕의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현대 미술 뮤지엄입니다.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지은 건물로 나선형 건물이 그 자체로도 멋있는 뮤지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어디든 가면 가장 꼭대기층부터 올라가 아래로 내려오며 보는데, 구겐하임은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모두 동선에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없습니다. 게다가 찬찬히 돌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가끔은 건너편의 관람객도 제 감상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중간중간 따로 빠진 전시실로 들어가는 것도 알찬 구성으로 느껴지고요. 또 현대 미술 중간에 마네, 고갱 등 회화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구겐하임에는 올 화이트가 입고 싶었어요.




벽면이 하얀 건물이라 그런지, 내부 계단이 하얀색이어서 그런지, 왜인지 모르게 여름 한 날에 구겐하임에 갈 땐 굳이 그냥 저만의 흰색 드레스 코드를 맞췄습니다.




나만의 굳이를 만들면, 그냥 일상도 굳이 이유가 붙습니다. 하루하루 비슷한 일상에 굳이가 붙으면 기억에 또 잘 남죠.



“아, 왜 있잖아, 그 올 화이트로 옷 입고 하얀 거품 올린 카푸치노 시켜 먹은 그날. ”


하고요.



사람은 그런 소소한 기억들로, 낭만으로 생각보다 질기게 삽니다.

또 다른 예로.

“이번 일주일 일본 여행으로 이번 상반기 버텨야지.”




하는 것처럼요.

주에 한 번씩 굳이‘ 의 순간을 만들면 또 그것으로 다음 주를 복기하며 즐거워해보고. 또 그다음 주를 기대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얻습니다.



굳이 해보면 그게 나의 너와 나의 기억. 우리의 기억으로 그냥 몇 월, 며칠 이아니라 _ 한 날로 ’ 명명‘되어 또 특별함이 더해지기도 합니다.

특별한 날은 또 여름이 문득 그랬지, 하는 낭만적인 기억이 되기도 하고요.



굳이, 굳이 해보는 것은 결국 당장도 있지만, 조금 나중을 위한 낭만입니다.

추억을 명명하기에 좋은 방법.




눈이 왔습니다. 그것도 꽤 많이요. 굳이 하얀색 옷을 한번 꺼내 입어보는 것은 어떤지 굳이 글로 적어 권해봅니다.





추신. 구겐하임 근처에 함께 보면 좋은 뮤지엄/갤러리


1. 쿠퍼 휴잇 스미스소니언 디자인 박물관 Cooper Hewitt, Smithsonian Design Museum

디자인 뮤지엄입니다. 저택을 사용한 뮤지엄인데 그 뮤지엄 자체의 공간도 취향이 담백히 묻어 나오는 공간이라 전시와 더불어 그 공간을 즐기러도 갑니다.

특히 제가 좋았던 공간은 전시공간 중 고 저택의 돌출된 둥그런 창가인데 미국인데 개인적으로 유럽 같은 분위기가 느껴져 매력적이라 비 오는 날 슬그머니 자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2) 노이에 갤러리 Neue Galerie New York

독일 및 오스트리아 예술 디자인을 주제로 한 박물관, 갤러리입니다. 특히 클림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아래 위치한 Café Sabarsky에서는 빈 양식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어요. 굽지 않고 삶은 듯한 소시지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뭔가 가족들과 방문하는 뮤지엄보다는 개인적으로 유럽 왕실의 진중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 재미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오. 클림트 작품을 보러 주로 발걸음 하니 볼드한 골드 주얼리나 옐로 컬러의 드레스 코드로 굳이 한번 입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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