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가방을 도난당했습니다.
사유서. 이게 제일 먼저 올라갔어야 했는데 프롤로그 업로드를 놓쳤습니다. 목차 수정 예정.
뉴욕 New York
New York City Police Department - 72nd Precinct
서로를 지구 반대편의 잃어버린 쌍둥이라고 칭하는 친구와 함께 창고형 매장에 갔다가 이제 슬슬 익숙해질 때였는지, 가방을 잠시 내려놓고 잊고 말았습니다.
이곳은 미국이라는 것을요.
신명 나게 구경을 하고 계산을 하려는 그 순간 어깨에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당시 가방 안에는 제 모든 것이 들어있었습니다.
하필이면, 계절이 바뀌며 가방을 바꾸던 시기라 물건들이 이것저것 다 한데 들어가 있었기에 여권, 제 한국 주민등록증, 운전 면허증, 지갑, 한국의 모든 카드들, 미국 카드, 직장 카드, 교통카드, 화장품 등등등… 하… 다시 적어 내려 가는데도 정말 모든 것이 다 있었네요. 어처구니
두 시간을 상점 안에서 패닉 상태에 빠졌지만 결국 가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친구와 함께 터덜터덜 돌아오는 동안 이젠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와 있잖아 Sunshine. 나 지금 진짜 아무것도 없어! 지갑도, 신분증도. 진짜 Literally nothing. “
그러자 친구는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뿌듯한 표정으로 제게 뭔가를 건네주더라고요.
제가 가방이 없다는 걸 아는 순간 계산대에 내려놓고 잊고 있던, 제가 사려던 옷들이었습니다.
“아냐, 너 이거 있어!”. 알고 보니 그녀가 저 대신 옷을 계산하고는 챙겨놓은 것이었습니다.
그 옷. 상-하의 전부. 너덜해질때까지 입겠어요.
그 와중에 이걸 챙겼어? 못 산다 정말.
이제는 진짜 웃기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그때가 마침 딱 뉴욕에서 시간을 보낸 지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였을 것입니다. 제가 뉴욕에 머무를 수 있는 10개월의 거의 절반이 지나간 때였지요.
그때의 저는 쉽게 말해서 폭주 중이었습니다.
누군가도 원했을, 좋은 기회로 왔으니 성과를 내야 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니 다 봐야 해. 하고는 퇴근하고 돌아다니고, 주말에도 쉼 없이 뽈뽈뽈 돌아다니다 보니 항상 불을 켜두고, 옷도 못 갈아입고 기절하듯 잠들고는 다시 아침을 맞이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렇지만 순간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했습니다.
“네가 지금 멈출 줄 모르니 내가 대신 멈춰야지 안 되겠다.”
((3:굳이-) 편에 나오듯 저는 크리스천입니다.)
그리고는 생각을 달리했습니다.
그 와중에 가장 중요한 휴대폰, 집키, 에어팟은 가방이 아니라 제 주머니에 있었다는 것. 곧장 카드를 취소할 수 있었고 애플 페이 덕분에 교통카드도 해결. 집까지도 무사히 갈 수 있었죠.
게다가 제 개떡 같은 영어를 찰떡같이 알아차리는 미국인친구가 옆에서 모든 일을 도와줬다는 것.
만에 하나 일이 더 심각해지면 전화로 상방 통역이 가능했던 먼 친척언니가 뉴욕에 있었다는 것.
무려 시티에서 전철로 한 시간 거리의 브루클린 경찰서 안에 Lee 성을 가진 교포경찰관님이 그 시간 경찰서에 계셔서 한국말로 신고를 문제없이 했다는 것. (무려 몇일 뒤에는 휴가셨습니다.)
가게에 들어갈 때부터 경비 아저씨가 절 기억하고 계셔서 패닉에 빠진 순간부터 지체 없이 모든 감시카메라를 봐주셨던 것. 알고 보니 제 가방을 가져간 사람이 그 동네에 상주하던 사람이라는 것.
Sunshine과 이제는 신나게 감사한 것들을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나오더군요.
그 와중에 생리도 터져서 바지에 새고 난리가 났는데 그것도 어디선가 햇살의 그녀가 신문을 가져오더니 의자에 깔아줘서 해결했습니다.
저만 혼자 그러고 있으면 부끄러울까 봐 본인도 깔고 앉고 말이죠.
그래, 언제 또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뉴욕을 내 집 앞처럼 다니겠어. 이렇게 보니 진짜 여기 사는 사람 같네.
이런 이유를 붙이니 또 이 상황마저도 그리 나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좀 번거로워지긴 해도, 내가 언제 뉴욕 경찰서를 가고 형사님을 만나보겠어. 미드에서만 보던 곳을 들어가보고 명함도 받았네.
계속해서 또 새로운 의미들이 붙여졌습니다.
그거 아셨나요? 뉴욕에서 한국 운전면허증을 잃어버려도, 무려 국제 면허증이 아니라 한국 면허증이라도 재발급해서 배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영사관에서도 제가 많이 불쌍했던지 모든 일을 예상보다도 빨리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받은 운전면허증 덕분에 본인인증이 가능해지면서 미국에서 휴대폰을 통한 한국카드 재발급 또한 문제없이 진행됐습니다.
기념품처럼 미국에서 찍은 사진들로 면허증 사진이 바뀌었고요. 두고두고 아마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사진은 못 나왔지만….
돌이켜보니 제겐 뉴욕 생활 모두가 이렀습니다.
굳이 힘들게 볼 필요가 있나, 이유야 내가 붙이면 장땡이지. 낭만 있네.
어쩌면 모든 것을 너무 낭만화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그저 그냥 얘 진짜 10개월 동안 재미있게도 살았네.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실제로도 정말이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많이 울기도 했지만 정말 많이 웃기도 했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나름의 의미를 붙이면 그냥 지나가는 일이 아니라 나름의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되고, 이것들은 또 미래의 제가 즐겁게 회상할 순간들로 기억에 남게 되리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일 이후에 이런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키보드를 샀습니다. 그리고 순간들을 기록해서 브런치에 도전했습니다.
다른 이야기로도 글을 쓰기 위해서 이 키보드를 쓸 때마다 또 아 진짜 그때 골 때렸는데 하고 웃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번 또 웃고 넘겨보려고요.
감사합니다.
당일 밤, 집에 돌아와 반쯤 뇌를 빼놓고 키친에서 사고 수습을 하고 있는 제 옆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톡 앉아 묵묵히 햄&멜론을 입에 넣어준 친구 덕분에 아기새 마냥 받아먹으며 모든 분실 신고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타코였는데 하하.
Ps, This page is for you, Sunshine! You are the Best. My lost twin-Unn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