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카페

<바나나, 냉장인가 하는 그런 걱정>. 3화

by 유우진

<바나나, 냉장인가 하는 그런 걱정>. 2화

따뜻한 조명이 머리 위에 떴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해를 보러 나온 관광객들인 것인지 생각보다 커피숍 안에는 사람들이 몇 보였다.

자리를 둘러보았다. 혼자인 사람도 있었고 여럿인 사람도 있었다. 어디에 앉을지 고민하다 최대한 편해 보이는 자리를 골랐다.



창밖 옆 작은 탁자가 있는 폭신해 보이는 1인용 의자가 놓인 어찌 보면 혼자 쉬러 온 나에게 가장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꺼진 휴대폰을 충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둘러보았지만 내가 앉고 싶은 의자 주변엔 적당한 거리의 콘센트가 없었다. 카운터에 맡길 생각에 지갑을 들고 카운터로 다가갔다.



메뉴는 단출했다. 커피 종류와 차, 투명한 쇼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샌드위치가 눈에 띄었다.

기차 안에서 커피를 먹어서일까 아니면 공복이기 때문일까 막상 주문을 하려니 속이 쓰렸다. 따뜻한 차와 샌드위치 하나를 주문했다.

준비되면 가져다준다는 종업원의 말에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건네며 카운터에서 충전이 가능한지 물었다. 중년의 종업원이 휴대폰을 건네받고 살짝 옆을 보자 옆에서 커피를 내리던 젊은 청년이 대신 대답했다.

“네, 가능하세요. ” 청년의 말에 안도한 듯 빙긋 웃으며 중년의 남자가 말했다. “가져가실 때 말씀해 주세요.” 친절한 미소에 안도가 들어 꾸벅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웃었다.



휴대폰은 충전 중이고 나도 이제 충전을 좀 해야 할 것 같았다.

뭘 해야 할까. 오늘 집에는 가게 될 까. 이왕 이렇게 나온 거 조금 더 무모해도 되지 않을까.

일출을 봤다고 이렇게나 마음이 조금 후련해질지 몰랐다.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자리로 돌아와 폭신한 의자에 앉으니 따뜻한 온기와 함께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일터에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어딘가 떠나는 것일 수도 있다.

머리카락이 긴 사람, 짧은 사람, 긴팔을 입은 사람, 짧은 반팔을 입은 사람. 가방을 멘 사람, 커다란 여행가방과 작은 가방하나를 한꺼번에 맨 사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하나의 스크린처럼, 창밖을 지나가고 창 안을 채워나갔다.




이렇게 남들을 구경하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어둠 속에 있을 땐 가끔은 정말 어둠 속에만 있었다.

내 방은 조금 좁은 나만의 세계라 내 성격이 가끔 고스란히 보일 때가 많다. 나는 마냥 밝은 것보다는 비밀스러운 나만의 공간이 좋았다. 하나하나 모은 작은 촛불 모양 전등을 서랍 위 드문드문 올려놓고, 아래에 침대가 없는 이층 침대 아래엔 책상을 두어 내 머리 위는 항상 아늑한 지붕이 있었다. 더 아늑함을 만들고 싶어서 안 쓰는 목도리나 천 등을 매트리스 사이에 꽂아 이층 침대 아래 완전한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 방 안에서 잠이 들 때는 언제나 어두웠다. 밝으면 잠이 잘 오지 않는 내 특성도 있었고 내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창문엔 암막 커튼을 달아 놓은 데다가, 침대를 창문 바로 옆에 붙여 놓았기 때문에 커튼을 여닫기가 여간 불편하고 거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밝은 빛이 필요할 때는 스탠드나 그냥 전등을 한 번 켜버릴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커튼을 젖혀 햇빛을 받는 일은 거의 드물었다.

그래서 잠을 자려 방문을 꼭 닫고, 전등을 모두 끌 적에는 방 안이 고요하고 아주 어두웠다. 어둠 속에 사로잡혀 밤을 세기도 하고 어느 날은 정말 잠만 자기도 했다. 새벽에 잠이 들고 오후에 깨거나, 아니면 일찍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깨면 다시 까무룩 잠이 들고, 잠만 자냐는 당신의 꾸짖음에 겨우 눈을 뜨곤 했다.

그런데 나는 굳이 깨어있을 필요가 없었다. 깨어 있어 봤자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보고 싶은 것도 없었다.

봐도 봐도 똑같은 티브이 속 스크린은 질릴 대로 질려버렸고 그것마저 안 하면 너무 바보 같아서 그냥 멍하니 바라보던 모니터의 불빛에 눈이 아프면 또 눈을 감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

밖에 나갈 일도, 의지도, 재미도 없어 며칠을 그렇게 잠만 자고 누워있고 어둠에 흡수되어 있었다. 어쩌면 악순환이었지만 그러고 나면 또 어느 날은 잠이 오지 않아서 하루를 꼬박 새우다가 해가 뜨면 또 까무룩 잠이 들었다.




나를 가꾸지도, 나를 좋아하지도 않았으며 시간은 나에게 아무런 기분도, 느낌도, 감정도 주지 않고 흘러 지나가고 사라졌다. 시간이 만약 손가락에 스치는 모래처럼 감촉이 있었더라면 그때의 내 시간은 손가락 사이사이를 힘없이 주르륵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염없이 창밖을 보고 있을 때 주문한 차와 샌드위치가 나왔다. 허기가 저 일단 차를 한 입 머금었다. 입천장을 델만큼 뜨거워 가득 마시지는 못했지만 살짝 머금은 열기가 위장 안을 감돌며 몸을 덥히고 공복감을 달래줬다.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햄과 치즈, 약간의 양상추. 저렴한 가격에 단출한 재료였지만 혀끝에 감도는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하루를 시작할 만한 힘을 주는 것 같았다.

몇 입을 베어 물고 다시 카페 밖을 바라봤다. 어느새 해는 우뚝 서 바라보기 너무나도 강렬한 흰색의 잔상이 되어있었고 눈앞의 사람들은 하나 둘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카페 밖만 보던 눈길은 실내로 가지고 들어왔다. 손님이 더 준건지 늘어난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빈자리가 채워진 자리보단 많았다. 혼자 휴대폰을 보며 급하게 샌드위치를 먹고 커피를 후루룩 마시는 양복의 신사와 안경을 쓰고 얼음이 담긴 커피 유리잔을 빨대로 빙빙 돌리며 노트북을 두드리는 젊은 여성이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중년의 남성을 감싼 시간은 노래로 치면 팝이나 힙합같이 비트가 누구보다 빠르게 흘러가면서 젊은 여성의 시간은 그에 반에 부르스나 발라드 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어떤 박자의 노래가 흐르고 있을까 난 리듬이 있는 노래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내 삶도 그러기 바라왔다.

몽롱한 묘한 음악보다도 강렬한 멜로디나 정확한 비트가 꽂히는 음악이 좋았다. 느린 노래든 빠른 노래든 그 멜로디나 음정, 박자 분위기가 정확한 게 좋았다. 책장과 플레이 리스트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는 말이 있다. 내가 듣는 노래들은 언제나 그런 노래들이었다. 감성적이고 따뜻한, 아니면 겨울이 생각나는 그런 노래보다는 중독성이 있다고 해야 하나. 음악을 연주할 때를 상상했을 때 부드럽게 건반을 손가락이 지나가기보단 꾹꾹 누르는 느낌. 어쩌면 뭐든 애매모호한 것보다 정확한 것을 추구하는 내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부를 때도 취향은 비슷했다. 가창력이 드러나거나 흔히 ‘지르는’ 부분이 확실히 있는 노래가 좋았다. 음정과 박자가 애매모호한 느낌의 음악은 항상 나에게 부르기 어려운 노래였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매주 노래를 불렀고, 소소히 관심을 받는 것이 좋아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은근히 참여했다. 어둠 속에 있을 때, 잠들지는 못하는 몇몇 밤에 눈을 감고 잠을 기다리며 많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런 어둠을 마냥 잡고 있기도 힘들고 잡고 있기도 싫을 때 저항하는 한 방법을 생각해 볼 때. 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쭈욱 나열해 보곤 했다.

항상 노래는 빼놓지 않고 순위에 들어갔다. 노래, 전시, 책, 글, 춤... 그리고 생각했다. 이런 것들을 취미로 하면 내 스트레스나 힘듦을 좀 다른 에너지로 발산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항상 그다음은 현실을 생각하며 포기하기 일쑤였다.




흔히들 말한다. 한번 해보라고. 한때는 내 좌우명으로 적어놓기까지 했는데, 항상 그래도 그걸 나 혼자서 어떻게 해.라는 변명을 늘여놓으며 포기하기 일쑤였다.

막상 집 밖에 나오니 이렇게 포기했던 것들을 그냥 실천했다는 많은 사람들과 글들이 생각났다. 난 왜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어둠 속에만 있었던 것일까? 항상 기회만 된다면, 된다면 하고 늘 집에만 있었다. 우와, 나 되게 한심하다. 속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입 밖으로 나왔다. 순간 밀려오는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에 앞에 놓인 샌드위치를 입에 욱여넣었다. 목이 메어 차를 한 입 마시고 한숨을 쉬었다.

이제 하면 되지, 그런데 그걸 할 여유가 될까. 난 당장 버리고 이곳을 떠나 그것들을 그럼 먼저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도대체 난 내가 스스로 뭘 하고 싶은 것인지 이젠 모르겠다. 뭐부터 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를 못하겠다. 디즈니의 동화처럼 마법처럼 내 소원을 이루어주는 지니가 나타나서 상황을, 능력을, 여건을 뚜딱뚜딱 만들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조차도 열심히 일하고 살아가는, 내가 포기한 것들을 위해 즐겁게 노력하는 다른 당신들이 생각나 매우 부끄럽고 나 자신이 다시 한심스러워졌다.

이대로 있으면 밝은 낮에 돌아다니면서도 어둠을 질질 끌고 다닐 것만 같았다. 나는 일단 어둠을 피해 도망쳐 바다를 보러 나왔으니 적어도 그럼 오늘 하루까지는 아무 생각 말고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만 생각해 보자는 다짐을 하고 남은 차를 후루룩 마셔버렸다.



그러다 보니 다음 갈 길을 정해야지 싶었다. 뭔가 마음이 급해졌다. 뭐라도 해야 될 것만 같았다. 다시 숨이 찼다. 난 언제나 마음이 급해서. 완벽하게 또 뭔가를 시작해야 될 것 같아서 급하게 헉헉 거리며 돌아다니기 일쑤였기 때문에.

‘또 이런다.’안 그래도 되는데,

언제나 난 급했다. 머뭇거리면 잘 못하는 것 같고, 능숙하지 않은 것 같고, 실수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항상 급했다. 얼른 해야 잘하는 것 같았고 남들이 평가하는 눈으로 보는 것 같아서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빠르게 움직이려 했다. 그럼 꼭 실수를 했다.

빠르게 하려다가, 급하게 하려다가. 그럼 또 그것은 나의 자책으로 이어졌다. 이것도 틀렸다. 이것도 잘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의 능력을 한껏 좁히고 살았다.

왜 남들 눈에 그렇게 나를 평가하려고 스스로 안달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나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 지를 걱정했다. 생각해 보면 난 항상 ‘중간’은 했다. 무슨 일이든, 무엇을 새로 배우듯 항상 중간은 했고 그건 곧 뭘 해도 못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늘 중간보다 못한다는 그 느낌을 굉장히 싫어했다. 못할 수도 있는 건데.

뭐든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 할 것 같았다. 그런 나의 이미지를 깨면 안 될 것 같았다. 사실 내가 도망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정말 말 그대로 방향을 읽어버렸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서웠다. 혹시 잘못할까 봐. 내가 혼자 무엇인가를 할 때, 결정하고 행동한 것이 뭔가 잘 못한 것일까 봐. 그리고 그것을 남들이 보고 난 실패자라고 생각할까 봐 너무 무서웠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도 컸고 다른 사람에게 항상 나는 멋지고,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나를 기르고 있는 그대들을 위해서 해야 하는 마땅한 도리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나는 잘하고 있던 것일까? 과연 이렇게 도망 나온 나도, 당신들이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잘하려고 하지 말자. 어차피 도망 나온 것에서 나는 이미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 예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지금 당장은 내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일단 오늘은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음. 살아남아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자. 살아남는다고 하니 웃겼지만 뭐. 돈도 얼마 없고, 갈 곳도, 당장 먹을 것도 없는 이 초라한 행색이 당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면 살아남아야 하는 피난민의 꼴이라. 그래, 살아남아서 혼자 살아보고 돌아가자. 잘하려 하지 말고, 어쨌든 내가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해보자.

급하지 않게 마음먹으려 뇌 한 구석에서는 계속 괜찮다고 연신 힘을 주고, 우선, 어디로 갈지를 정해 보려 했다.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 내렸던 기차역에서 가져온 얇은 바우처 하나가 내가 무작정 떠나온 이 동네에 대한 모든 정보였다. 인터넷이 사용가능한 카페였으므로 휴대폰을 사용할까도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아마, 쏟아져 있을 당신들의 문자들을 애써 피하기 위해서 가능하면 휴대폰을 보지 않으려 했기에 그냥 바우처에 들어있는 장소로 다음 장소를 물색하기로 했다.

바우처를 길게 열어 보니 크게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큰 종이에 비해 생각보다 작은 동네였다. 바다가 가장 큰 관광명소인 듯싶었다. 그다음은 정 중앙에 한 광장이 보였다. 광장을 중심으로 길에 뻗어지면서 몇 개의 상점과 호텔, 등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우선, 광장에 가서 그 근처를 둘러보고 오늘 밤은 지낼 곳을 찾기로 했다.




광장으로 가기 위해 무엇을 이용해야 하나 바우처를 더 뒤적여 보았지만, 기차역에서 출발하는 루트밖에는 적혀있지 않아서 퍽 난감했다. 다시 기차역으로 가야 하나 싶었던 그때, 창밖으로 보이는 모여있는 사람 몇. 그리고 그 옆에 한 표지판이 눈을 사로잡았다. 버스였다. 광장이 동네의 정 중앙이니 버스는 어찌 되었든 그곳을 지나칠 것이라는 생각에 그래, 버스를 타자. 주섬주섬 가방을 메고 차를 마셨던 컵과 샌드위치가 담긴 접시를 모아 카운터로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건네주는 접시를 받아 들며 젊은 직원이 이야기했다. 충전을 부탁했던 휴대폰을 받으려 입을 뗀 순간,

“가시려고요? 휴대폰 드릴까요?” 하고 중년의 남성이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젊은 남자도 아차 하며 카운터 현금 보관기 옆 콘센트에 꽂혀 있던 내 은색의 휴대폰을 케이블에서 뽑아 나에게 건넨다.

어정쩡한 자세로 휴대폰을 받아 든 나는 순간, 광장에 가는 버스가 있는지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묻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지만 모르는 것은 잘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돼 세기며 주먹을 꽉 쥐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네 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 죄송한데요. 혹시 여기 가려면 버스를 타면 될까요?” 손에 쥐고 있던 바우처를 불안 불안하게 펼치려는 나를 보고 중년의 남성이 다가와 바우처 한쪽 끝을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다정히 웃으면서 광장으로 가는 버스와 버스 번호를 말해주었다. “적어줄까요?” 중년 남성이 바라보며 말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정말 친절하게도 포스트잇에 연필로 정갈히 적은 남성이 카운터에서 벗어나 앞치마를 멘 채로 나에게 다가왔다. “정류장 알려줄게요.” 그냥 버스가 가느냐고만 물었는데 선뜻 길을 일러주러 나온 그를 따라 커피숍을 나섰다.




딸랑- 들어올 때 들렸던 머리 위의 종이 경쾌하게 울렸다. 버스정류장은 내가 카페 안에서 본 길 건너편, 바닷가 바로 앞 정류장이었다. 정류장을 손으로 가리킨 그는 번호와 내리는 정류장을 적은 종이를 내게 건네며 조심히 가라고 인사를 건넸다. 나를 이상하게 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따뜻하고 미소가 담긴 눈이었다.

따뜻했다. 바닷바람에 기온은 찼는데 기운은 따뜻했다. “감사합니다.” 목소리를 좀 더 키우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조심히 가요.” 마지막까지 웃으며 함께 허리를 살짝 숙인 그 사람은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간 길을 바라보며 모르는 것을 물어봐도, 혼자 이른 아침에 카페에 들어와도 생각보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고 연신 나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좋다. 주위를 둘러보고 길을 건넜다. 정류장엔 백발의 노인과 아이의 손을 잡은 여인, 가방을 메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교복을 입은 학생 두 명이 있었고 곧 저 멀리서 내가 타야 할 번호를 이고 오는 버스가 보였다. 버스가 정류장에 섰고 노인과 아이, 여인과 학생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버스에 올라탔다.





짤랑-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가 경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