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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cicle Apr 26. 2023

시작하기 전에 미래를 계산해도
소용없어요

오래전 남편과 나는 가족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결정을 한 적이 있다. 결혼할 때부터 계획은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던 유학길에 나서보기로 한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처음 계획했을 때 바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일은 그럴만한 이유를 여러 개 달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는 첫 번째 중요한 이유였다. 모든 자산을 정리해도 유학비가 마련될지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또한 남편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돌아와서 다시 직장을 가질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마지막으로 고민했던 문제는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한국의 모범적인 학생으로 살다가 역시 직장의 모범생으로 사는 남편에게 잠시 떠나는 유학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자기가 어떤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해봐야 알게 되는 것 아닐까? 더 나이가 들면 시도조차 하지 못할 거라는 데 생각이 일치해서, 우리는 일단 저질러 보기로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나는 양가를 통틀어 처음으로 새로운 인생 경험을 위해 미국 땅을 밟았다. 4살이던 아들을 커다란 짐가방 위에 앉혀 공항을 빠져나오던 때 맡았던 낯선 냄새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여기 도착해서 3일 지나고 나니 망신스러워도 한국에 돌아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어. 그런데 정말 3일 고민하고 더 이상 계산하는 것을 포기했어. 사는 동안의 학비와 생활비 기타 등등을 아무리 계산해도 답이 안 나오더라. 그냥 살다 보면 뭔가 보이겠지 뭐...”


내 성격과 다르게, 모든 결정에 뒤돌아보지 않는 남편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으니 정말 돌아갈 것을 고려했을 터였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퇴로는 없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몇 줄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우리 가족의 역사에 남은 그 많은 세세한 이야기들을 다 하자면 책 한 권의 분량을 채우고도 남을 것 같다.



지금 남편과 나는 그때와 같이 젊지 않아서 지나온 길을 천천히 돌아보는 시간이 많다. 그때의 선택으로 우리는 좋은 결과를 얻은 것도 있었지만 실패한 것도 있다. 얻은만큼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것도 많았다. 우리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인지 아닌지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무엇을 ‘성공’으로 정의하는지는 각자가 다르지만, 세상이 말하는 성공이라면 우리는 유학을 떠나지 않았어도 그럭저럭 괜찮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때의 우리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 보아도 남편과 나는 똑같이 결정했을 거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지 스스로 한 결정이니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깊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겠지만, 일단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않고 그 길을 가는 것이 맞다. 시작하기 전에 미래를 계산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알고 있다. 내가 성공할지 못할지를 몇 퍼센트의 확률로 맞출 수나 있겠는가? 자신이 좋아해서 결정한 일은 나중에 어떤 후회를 남길지라도 그냥 해보는 것이 인생에 더 유익하다.



최근 내 아이는 자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몇 개의 선택지를 놓고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맞았다. 역시나 젊은 날의 남편과 나처럼 열심히 계산하며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리 계산하면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인생에 몇 가지 없단다. 네 마음에 가장 가고 싶은 길로 가는 것이 후회가 없을거야..,”


우리집의 가풍(?)대로 일단 저질러보는 아들이 되기를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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