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효과에 대해 알고 있는가?
1960년대 말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이 아이의 자기조절능력과 절제성이 미래의 성공적인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3~5세의 아동을 대상으로 실험하여 밝혀낸 결과를 ‘마시멜로 효과’라고 부른다. 이 실험결과는 널리 알려져서 전 세계 부모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4살이 된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한 개가 있는 접시와 두 개가 있는 접시를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기 마시멜로 한 개는 바로 먹어도 되지만 선생님이 나갔다 돌아올 때까지 먹지 않고 참으면 두 개를 먹을 수 있어.”
선생님이 나갔다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한 개를 먹기도 하지만,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참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선택을 한다.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 중 30% 정도는 끝까지 15분을 기다려 마시멜로 두 개를 먹을 수 있었다. 끝까지 기다린 아이들이 선택한 ‘만족지연’의 방법은 다양하다. 손으로 두 눈을 가리거나 책상 밑에 들어가 숨거나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도 있었다.
연구진은 15년 후 이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 학업성취도나 사회성 등을 조사해본 결과, 마시멜로를 바로 먹지 않고 끝까지 참았던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도 훌륭했으며, 학업성적이나 대인관계가 더 좋았다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이 흥미로운 실험의 결과가 발표된 후, 전 세계의 부모들은 궁금했다. 과연 내 아이의 자기조절능력과 절제력은 얼마나 될까. 그러나 아이 앞에 마시멜로를 놓고 실험을 했던 부모들은 좌절했다. 실험에서도 밝혀졌듯이 자기조절력이 있는 아이는 전체의 30% 정도이다. 마시멜로를 보자마자 홀랑 먹어버리는 아이들이 나머지 70%에 이른다. 보통의 인내심을 가진 아이라면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과자를 먹는다. 부모가 보기에 내 아이는 절제력이 없으니 공부도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자기조절능력과 절제력이 있는 사람이 더 성공한 삶을 살게 될 확률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18년 이 실험의 과정을 재현한 연구에서는 첫 번째 실험과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 실험은 마시멜로 한 개를 바로 먹었거나, 15분을 기다렸다 두 개를 먹은 아이에 상관없이 그들의 학업성적이나 대인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리고 마시멜로 유혹에 넘어가는 아이들의 경우 절제력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사회경제적 조건이나 가정환경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대개 사람들은 첫 번째 연구결과에만 흥미를 보이기 때문에 후속연구에서 어떻게 달라진 결과를 내놓았는지에 관심이 없다. 후속연구의 결과로 유추해 보면 아이의 절제력은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다. 그러니 전 세계의 부모들은 내 아이가 자기조절능력이나 절제력이 모자라다며 좌절하거나 미리 포기해서는 안될 일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일수록 어른들의 약속을 더 믿고 인내심을 좀 더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두 실험 모두 부모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는 요즈음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는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1960년대 후반에 살았던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는 참기 어려울 만큼 유혹적인 달콤한 과자였다. 아마 2018년의 아이들에게도 마시멜로는 여전히 달콤한 과자이겠으나, 예전보다는 덜 할 것으로 짐작해본다. 세상이 이전보다 복잡해져서 아이들을 유혹하는 새로운 과자나 물건의 종류가 훨씬 많아졌기 때문에, 이것 말고도 아이들을 유혹하는 ‘새로운 마시멜로’는 분명히 존재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이들을 유혹하는 마시멜로는 도처에 널려있다. 유튜브는 어떤가? 스마트폰은? 비디오게임은? 인류가 생겨난 이래 가장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들 한다. 동시에 가장 위험한 시대이기도 하다. 특히 미래를 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디지털 신문물은 중요한 도구이면서 그들의 자기조절능력을 빼앗기도 한다. 자기조절능력이야말로 이들이 세상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데 가장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