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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cicle May 11. 2023

디지털 시대의 자기조절능력

스마트폰에서 보내는 메시지 중 스크린 타임 소요 시간을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알림이 있다.     


“이번 주의 스크린 타임 평균 사용 시간은 2시간 45분으로 지난주에 비해 11% 증가하였습니다.”     


이렇게 친절하게 스크린 타임 사용 시간을 알려주는 의도는 무엇일까? 종종 나는 의심한다. 고객의 눈 건강을 생각하여 스마트폰을 적절히 사용하라는 A사의 친절한 고객사랑 인가 아니면 다들 그 정도는 사용하니 더 사용해도 괜찮다고 안심하라는 메시지인가.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하지 않고 웹툰이나 온라인 책을 읽지 않는데도 나의 스크린 타임은 세 시간이 넘어가는 적이 많다. 세상이 바뀌는 속도에 비례하여 나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이제 일어서서 운동할 시간이라고 시계가 메시지를 보내온다. 내가 운동할 시간을 기계가 알려준다고 해서 곧바로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 걸으러 나가지도 않으면서 ‘지금 걸을까 말까’하는 망설임으로 잠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쩐지 점점 수동적인 삶을 사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면 유튜브를 켜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 디지털 화면을 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니 내가 주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자꾸 줄어드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었다는 디지털 기기들은 사용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을 점점 더 내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이 디지털 기기의 잘못이라기보다 인간의 자기 통제력 부족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디지털 기기로 인해 인간의 인지능력은 향상되었는데 자기조절능력은 오히려 퇴보하였다.     



밤이면 과제를 하기 전에 습관적으로 인터넷 뉴스를 보던 적이 있었다. 항상 시작은 ‘30분만 뉴스를 보다가 바로 인터넷 창을 닫고 과제를 해야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뉴스를 검색하는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시간을 넘기게 된다. 이제는 유튜브 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잠깐만 보기로 하지만 한 번도 잠깐만 보고 끄지 못했다. 그 시간의 의도하지 않은 집중력은 정말 대단하다. 뉴스 검색이나 유튜브를 끄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면, 의도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이제 과제를 시작해야 한다는 신호를 나의 뇌가 감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집중’이지만 종류는 다르다. 노력하지 않아도 집중이 되는 일은 주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느낌이고 의도적으로 집중해서 하는 일은 대개 생산적이다.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이 생산적인 일을 하는 시간을 지나치게 방해하지 않도록 나를 조절하는 일이다. 성인들도 이토록 자기를 조절하는 일이 어려운데 하물며 아이들은 어떨까. 내가 한 시간이 넘게 뉴스를 보다가도 ‘이러다 오늘 밤 과제 다 못 끝내겠다.’에 생각이 미치면, 겨우 인터넷 창을 닫을 마음이 생긴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자기의 욕망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들은 아직 자신이 하는 행동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디오게임에 열중하다가 내일 학교에 가져가야 할 과제를 하기 위해 게임을 멈추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아이들의 자기조절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이 시대 부모의 역할은 중요하다.     



상당수의 부모는 아이의 성적향상이나 태도 교정을 위한 보상으로써 스마트폰 사용이나 비디오게임 등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중간고사에 성적이 오르면 스마트폰을 신형으로 바꿔주겠다던가, 토요일에만 허용하던 게임을 일요일에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다던가 하는 약속은 부모가 흔히 아이들에게 던지는 보상책이다. 그러나 이런 보상의 의미가 들어가 있는 약속은 사실 아이들의 자기조절능력을 키우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 공부는 지루한 일이고 게임은 즐거운 일이라는 인식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가 의식적으로 집중해야 할 순간에 어려움을 느낄 것에 대해 항상 예측하고 대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아이를 양육하는 시점에서 부모가 아이에 대한 장악력을 잃어버린다면 필패한다. 또한 진부하지만 무시해서는 안되는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란다.’ 라는 중요한 진리를 부모는 잊지 않아야 한다.      



심리학 박사 ‘루시 조 팰러디노’의 말처럼 아이가 자기 주도적인 조절 능력을 배울 수 있다면, 부모는 내 아이가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도 좋은 태도를 지닌 멋진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믿어도 된다.  

   

“디지털 기기를 꺼야 할 때 스스로 끄는 능력이야말로 아이가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디지털 능력이다.(루시 조 팰러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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