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머리 염색하러 미용실에 들렀다 점심을 먹기 위해 ‘홍대쌀국수’에 들어갔다. 햇볕 잘 드는 이층 창가에 앉아 주문을 기다리는데 외국인 손님 세 명이 들어왔다. 젊은이의 동네라 외국인도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할머니 세 분! 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메뉴판을 연구하더니 한 할머니가 키오스크로 가서 주문하셨다. 열심히 수다떠는 모습도 귀엽고 어떻게 이 조그만 나라를 찾아올 생각을 했을까도 궁금했다. 어디서 오신 할머니들인지 묻지는 못하였지만, 마음속으로 존경을 담아 인사했다.
‘웰컴이에요 언니들..’
다음 달에 친구 세 명과 패키지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나는 좀 부끄럽다. 저 할머니들처럼 나이 든 것도 아닌 내가 자유여행 가는 것이 벌써 피곤하고 귀찮아지다니... 노년의 삶에 가까울수록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매사를 ‘귀찮아하지 않는 마음’인 것 같다. 세상의 온갖 일들은 뜯어보면 원래 피곤하고 귀찮은 일투성이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귀찮아하지 않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자유여행에 필요한 모든 과정이 귀찮아서 나는 여행사의 스케줄에 내 몸을 맡겼다. 친구들과 낯선 도시를 돌아다니다가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 먹으며 수다를 떠는 즐거운 추억은 만들지 못하고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