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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정 Nov 26. 2020

개빡치는 도돌이표

제발 조용히 있다 휴직하게 해주세요.

새 부서에 와서 내가 맡은 업무 중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기존의 뉴스레터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었다. 우선 시안 잡을 때부터 너무 빡이 쳤다. 뭘 가져가도 책임자는 아무 코멘트도 안 주고, 맘에 들면 든다 안들면 안 든다는 말도 없이 하라는 건지 말라는건지 애매모호하게 굴었다. 그나마 다른 분들이 계속 코멘트 주셔서 겨우겨우 어찌저찌 완성을 했는데, 코딩이 말썽이었다. 처음에는 웹페이지용으로 퍼블리싱을 받았는데, 이걸 홈페이지용으로 쓰는게 아니고 이메일용으로 다시 코딩을 해 오라고 하네? 그럼 처음에 퍼블리싱 받으라고 할 때부터 일반적인 퍼블리싱이랑 다르다고 뉴스레터용은 css 안 먹는다고 말을 해주던가.. 일언반구 말도 없던 테크니션 덕분에 결국 퍼블리싱을 두번에 걸쳐서 하고, 그 사이에 본부장은 왜 언제 맡긴건데 아직도 반영이 안되냐고 채근하고(자기가 blame 하려는건 아니라면서 누구 때문에 안되고 있는거냐고는 왜 물으시는 건지..), 나는 중간에서 스트레스 받고 그런지가 벌써 두달이다. 


그 사이에 뉴스레터가 벌써 4번은 발행 됐다. 11월을 넘기면 안될 것 같아서 어찌저찌 외주를 줘서 코딩 간신히 했는데 이번엔 또 이미지가 말썽이다. 이미지 주소를 서버 주소(웹 서버에 업로드 된 이미지의 주소)로 하지 말고 로컬(컴퓨터에 저장된 이미지 주소)로 해서 다시 달란다. html이라면 중학교 1학년때 나모 웹에디터를 통해 배운 것이 전부인데 이런 나도 img src 태그는 안다. 그거 주소 바꾸는걸 정말 내가 해야 될까? 외주 업체는 업체대로 무슨 링크를 바꾸라는 것인지 말을 못 알아 듣고,  내부 테크니션은 계속 노가다성 단순 작업을 외주로 미루고 결국 나는 새우가 되어 안그래도 심한 거북목의 디스크가 터지도록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보며 원하는 대로 해서 드디어 던져주었다.


완성되었다고 해서 가보니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었다. 디자인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아니라 코딩에 디자인을 맞추는 격이었으니 당연히 이상할 수 밖에 없지. 어차피 휴직할건데, 그냥 눈 딱 감고 모른척 하면 되는데 태생이 도비인 나는 또 그걸 못해서 그나마 똥인데 최대한 어떻게든 냄새라도 안 나게 해보려고 애를 써서 수정 의견을 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또 뭐가 이상하게 보인다고 민원이 들어와서 그걸 해결하는데, 이놈의 테크니션(이라고 하기도 싫다. 무슨 테크닉이 있어 자기가.) 자꾸 나보고! 수정을 해 보라고 하는거다. 아니.. 해봤어요.. 해봤는데 안된다구요.. 빈영이 안 된다구요... 님이 좀 봐달라구요.. 나는 수정을 했다고 이메일을 보내고, 그 사람은 '하단 이메일 본문 참조해서 수정하세요.', '이전 이메일 참조하세요.' 따위의 답을 보내며 전파 낭비를 하느라 결국 같은 말인데 이메일을 몇번을 주고 받았는지 모르겠다. 아 ㅆㅂ !! 못해 못해!! 안해!!!


그나마 반영한 것도 무슨 홈페이지 꺠진 것처럼 말도 안되게 여백 하나 없이 디자인을 주먹구구로 앉혀놔서 메일 발송할 땐 쓸 수도 없게 만들어 놨다. 이미 디자인 자체가 CSS 없이 쌩 HTML로는 불가능한 거였고, 많이 단순화를 시켜야 하는데 미적 감각 없는 외주와 무조건 홈페이지 틀에 맞추는 관리자 때문에 원래 디자인은 온데 간데 없어져버렸다. 이대로 이메일을 날렸다간 태생 도비인 내 씅에 도저히 안 찰것 같아서, 스*비라는 뉴스레터 제작할 때 요즘 많이들 쓰시는 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최대한 원래 디자인에 맞게 다시 탬플릿을 짤 수 밖에 없었다. 


알고 봤더니 오늘 그 팀에 열나는 사람이 있어서 갑자기 회사 소독하고, 전원 재택근무 조치가 취해졌단다. 집에서 하느라 제대로 못 보는 건가? 아니면 같은 메일 계속 쓸 시간에 그냥 전화를 한통 하던가. 그것도 싫으면 그냥 씹음 되잖아. 왜 자꾸 같은 말을 계속 보내는거야! 하악!!!


이럴 수가 있나? 나 부서이동 안 하는거 아냐..? 아니 그건 둘째치고 언제든 쉬고 싶을 때 쉬라며. 일주일에 한번만 나오라며!! 이제 곧 떠날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줄 순 없는거잖아. 그 테크니션인지 테크토닉인지 뭔지 진짜 회사에서 평판도 좋아가지고 아무한테도 욕을 못 해(인성이 좋다는데, 아니 그 능력에 인성까지 잘못되면 진짜 그건 상종 못하지...)! 나만 열받고, 나만 고통받아! 이 업무를 시작한 게 벌써 두달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프로젝트가 완성이 안됐다. 차라리 처음부터 내가 스*비로 그냥 만들었다면.. 아.. 아니야.. 얼마나 화가 났겠어.. 아, 그냥 이거 기능 없애버려! 아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바닥에 뿌려 놓음 못 먹는 것처럼 애초에 기본 틀이 허접한데 거기에 뭘 더 하겠냐. 그냥 다 때려쳐! 암것도 하지마!


이렇게 또 교훈을 얻었다. 안되는 건 빠르게 포기하자. 그리고 다시는 저노무 테크니션 팀이랑 엮이지 말자.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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